탐사단 항일유적답사·진혼제·열차특강 등 다양한 일정 진행
8월 2∼3일엔 알마티서 '세계한민족포럼'…동아시아 평화모색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1937년 소련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끌려간 지 80년을 맞아 각계 인사 84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강제이주의 행로 6천500㎞를 따라가며 수난의 흔적을 더듬어본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회'(공동대회장 이부영·함세웅·김로만)는 국제한민족재단(상임의장 이창주)이 주관하고 포스코와 한화가 후원하는 '극동 시베리아 실크로드 오디세이-회상열차'를 오는 23일부터 8월 5일까지 개최한다.
회상열차 탐사단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 러시아 최초의 코리아타운이자 항일독립운동의 요람이던 신한촌을 답사할 계획이다. 이튿날인 24일 우수리스크로 이동해 고려인문화센터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희생자 진혼제를 지내고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꼽히던 최재형의 고택과 애국지사 이상설의 유허비를 둘러본다.
이날 저녁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하는 탐사단은 하바롭스크, 카림스카야, 울란우데를 거쳐 71시간 53분 만에 27일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고려공산당 창당대회가 열린 현장을 방문하고 바이칼호 전망대에서 아리랑 평화문화제를 개최한다.
28일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 이튿날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한 뒤 열차를 갈아타고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로 향한다. 이어 8월 1일 고려인들이 첫발을 내디딘 우슈토베에서 기념비 제막식과 진혼제를 치르고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이동한다.
열차 이동 중에는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이자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석좌교수인 이창주 상임의장(러시아 한반도 한민족 통사), 공동대회장인 이부영 전 의원(유라시아와 한반도)과 함세웅 신부(안중근 의사의 삶과 교훈),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한반도 평화는 어떻게 오나), 김게르만 카자흐스탄국립대 교수(중앙아시아 고려인 디아스포라 미래 전략), 정막래 계명대 교수(고려인 문화와 문학)의 특강이 펼쳐질 예정이다.
소련의 스탈린 정권은 극동 지역에서 일본의 군사 위협이 높아지자 고려인들의 간첩 행위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1937년 9월부터 12월까지 17만∼20만 명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태워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강제이주했다. 이 과정에서 1만 명 넘게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8월 2∼3일 알마티의 알파라비 카자흐스탄국립대에서는 '남북한 정세와 동아시아 평화 공존'이란 주제 아래 국제한민족재단 주최로 제18회 세계한민족포럼이 열린다.
제1세션은 이창주 상임의장의 개회사, 가림 무타노프 카자흐국립대 총장과 전승민 주알마티 한국총영사의 환영사, 함세웅 신부의 기념사(공동선에 기초한 남북의 일치와 화해,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개막연설(분단 극복 및 평화통일 성취 비전 전략을 세우자), 이부영 전 의원의 기조연설(미·중·러 삼각 경쟁 대립 추세와 아시아 평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모두발언(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위기와 새로운 시도) 순으로 진행된다.
이어 '분단 적대 시대의 한반도', '다극화 시대의 아시아', '한반도 평화체제', '중앙아시아 디아스포라 사회',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회상'이란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영국 출신의 글린 포드 유럽의회 의원, 김용현 동국대 교수, 유영록 김포시장, 임반석 청주대 교수, 조규익 숭실대 교수, 버키트바예프 무캄베트카리 카자흐국립대 부총장, 장동진 연세대 교수, 나카토 사치오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 사이드무흐타르 사이트가지예비치 사이드카시모프 전 우즈베키스탄 부총리, 김빅터 타지키스탄한국인협회장, 압사타로브 랴우샨벡 카자흐 아바이사범대 교수 등이 발표에 나선다.
2일 저녁 고려극장에서는 홍범도 장군 추모 및 고려인문화예술제, 고려극장과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가 주관하는 환영 만찬이 열린다. 탐사단은 3일 주알마티 한국영사관 초청 환송 만찬과 이튿날 알마티 역사 탐방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뒤 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탐방단에는 광주 고려인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 시인 김블라디미르 씨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원로 언론인 김블라디미르 씨, 영화감독 정지영, 표완수 시사인 대표, 이삼열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 학자, 정치인, 언론인, 교사, 공무원, NGO 활동가, 일반 시민 등이 참가한다. 당초 80주년에 맞춰 80명으로 구성하려다가 4명 늘어났다.
이부영 공동대회장은 "고려인들이 뿌리째 뽑혀 황무지에 내던져졌을 때 모국은 식민지 상태여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고, 소련 해체 후 이슬람 민족주의 대두로 이들이 또다시 박해를 당할 때도 남북한이 갈라져 싸우느라 보살펴주지 못했다"면서 "이번 회상열차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가슴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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