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전 성폭행 DNA 찾았지만 무죄…檢 스리랑카서 단죄추진 검토

입력 2017-07-18 15:16   수정 2017-07-18 20:51

19년전 성폭행 DNA 찾았지만 무죄…檢 스리랑카서 단죄추진 검토

공소시효·증거능력 등 한계로 스리랑카인 무죄 확정…'범인' 풀려나

강제추방 후 스리랑카 법정 세우는 방안 추진…사법공조 어려움 예상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대법원이 19년 전 대구 여대생을 성폭행한 범인으로 지목돼 법정에 선 스리랑카인 K(51)씨에게 18일 최종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모순적 결과를 맞게 됐다.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묻힐 뻔했지만, 피해자 속옷에서 나온 유전자(DNA) 정보가 13년 후 다른 사건에 연루된 K씨와 같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여대생 집단 성폭행으로 드러났다.

재수사 결과 정씨는 성폭행 도중 도망치다가 방향 감각을 잃은 채 고속도로로 진입해 참변을 당했다.

2013년 K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DNA 증거 앞에서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K씨보다는 공소시효라는 난제와 먼저 싸워야 했다.

당시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2003년에 끝났고, 2명 이상의 범행에 적용되는 특수강간죄 역시 2008년 시효가 완성된 상태였다. 이에 정씨 가방에 있던 학생증, 현금 3천원, 책 3권 등이 사라진 점에 착안해 K씨를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은 K씨가 이를 훔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사건 당시 국내에 있던 스리랑카인을 전수 조사해 "(K씨의 공범이) '이 여자를 성폭행했다'며 증명사진을 보여줬다"는 증인을 확보했다. 이는 K씨와 공범이 정씨의 학생증을 훔쳤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였다.

그러나 2심은 법정에 나온 증인의 말이 일부 오락가락한다는 이유로 또다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그간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머물던 K씨는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강제추방 형식으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DNA에 증인까지 확보해 범죄 실체를 밝혀냈는데 법 이론으로 진실을 가리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무부를 통해 사법공조 절차를 밟아 K씨를 스리랑카 현지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검찰이 각종 증거자료를 스리랑카에 넘기면 현지 수사기관이 이를 검토해 기소하는 식이다. 스리랑카의 강간죄 공소시효는 20년으로 한국보다 훨씬 길며 형량도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다만, 스리랑카는 국제 형사사법 공조 조약에 가입돼 있지 않아 상당한 법적·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 같은 죄로 두 번 기소되지 않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을 어떻게 법리적으로 해결할지도 관건이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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