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후 반값 임대 노력…정비 이행강제금 부과 등 법 개정 움직임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농촌 빈집은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고민 끝에 집수리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해 귀농·귀촌자, 저소득층, 청년층의 보금자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차츰 늘고 있다.
소유자와 협의해 빈집을 허물고 주차장, 텃밭, 소공원, 운동시설을 조성한 곳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빈집 수에 비할 바 아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전북도는 농촌 빈집을 손봐 주거 취약 계층에게 임대하는 이른바 반값 임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리비 1천만원을 지원하고, 수리한 주택을 주변 시세 반값에 5년간 임대하는 방식이다.
1천만원 초과 비용은 소유자가 부담한다.
입주 대상자는 귀농·귀촌자, 대학생,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가구 등이다.
농촌 빈집을 활용하는 전형적 사례로 평가받지만,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게 아쉽다.
전북도는 시·군과 함께 2015년 700만원씩 지원해 25채를, 지난해에는 1천만원씩 28채를 정비했다.
전북 농촌 빈집이 6천∼7천 채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극히 미미하다.
김양곤 전북도 도시경관팀장은 "임대 들어갈 사람의 문의는 많은데 집을 고치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며 "지원액 초과 공사비에 대한 부담을 꺼리거나 월 5만∼10만원 임대료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농촌 지역은 아니지만, 서울시와 부산시 등도 리모델링비를 지원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주차장, 텃밭, 소공원, 운동시설 등으로 활용한다.
늘어나는 빈집에 부대끼는 전남도의 정비사업은 전면적이다.
일반 농어촌 개발사업, 농어촌 경관 사업은 물론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등 특화 시책을 통해서도 빈집을 정비하고 있다.
여수시 소라면 장척마을에는 빈집을 철거해 소공원과 주차장을 설치했다.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인 고흥군 금산면 연홍마을에는 빈집이 있던 터에 마을 간판과 꽃길이 생겼다.
보성 구암마을에서는 빈집이 텃밭으로, 화순 성안마을에서는 가로화단으로 변신했다.
전남도는 지자체장 관심도를 높이려고 국·도비 사업 공모 때 빈집 철거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민에 빠진 일본은 빈집을 등록하도록 한 뒤 매매를 중개하는 빈집 뱅크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주인에게 일정액을 받고 빈집을 관리하는 서비스 업체도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2013년 기준 전체 주택 가운데 13.5%인 820만 채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3년에는 총 주택 수 7천106만7천 채 가운데 30.2%인 2천146만6천 채가 빈집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9명 의원과 함께 지난달 22일 농어촌 정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정비 명령에도 시정하지 않으면 빈집을 직권으로 철거할 수 있지만, 재산권 침해 소지와 복잡한 행정절차 등으로 관리가 미비하다는 인식에서다.
개정안은 빈집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고 정비계획 수립·시행, 건축위원회 심의, 보고 등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도록 했다.
특히 정비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김 의원은 "농촌 폐가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농촌 전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법률 개정을 통해 행정절차가 정비되고 아름다운 농촌의 이미지가 확립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식 전남도 주택행정팀장은 "당장, 가까운 미래에 활용할 일이 없다면 빈집을 자신의 소유물로 끌어안고 있기보다 공공적으로 활용하는데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소유권을 넘기지 않고 임대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소유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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