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일본 진출 긍정적으로 검토 중…벤츠 등 부상은 모두 기부할 계획"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제가 바랐던 시나리오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까 좀 고민이 되네요."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대회에 처음 나가서 대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김해림(28)은 "작년부터 일본 진출을 생각했었다"고 15일 털어놨다.
지난해 J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응시 계획까지 세웠지만 짬이 없어 신청조차 못 하고 넘어가고 말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 5월 JLPGA투어 살롱파스컵에 출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서야 하는 교촌 허니레이디스 챔피언십과 일정이 겹쳐 포기했다.
이번에 우승한 사만사 타바사 레이디스 토너먼트는 JLPGA투어 시드를 딸 딱 한 번밖에 없는 기회였다.
김해림은 "시즌 초반부터 사실 이 대회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 대회에 앞서 우승해서 JLPGA투어 시드를 따면 제일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는데 우승했다"고 말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명중한 '원샷 원킬'인 셈이다.
틈새를 노린 전략도 효과를 봤다.
"US여자오픈과 같은 기간에 열려서 일본에서도 상위권 선수들이 US오픈에 출전하느라 자리를 많이 비웠다. 나 역시 US여자오픈 출전권이 있었지만 과감하게 이 대회를 겨냥했던 게 맞아 떨어졌다."
이 대회에 앞서 금호타이어여자오픈을 건너뛰고 휴식을 취한 것도 주효했다.
쉬는 동안 휴식도 휴식이지만 쇼트게임 연습에 좀 더 시간을 할애했고 다소 흐트러진 스윙을 정비했다.
"13개 대회를 연속으로 출전해 쌓인 피로를 풀고 나가서인지 연습 라운드 때부터 몸이 가벼웠다"는 김해림은 "처음엔 코스가 길고 러프도 빽빽해 겁을 먹었는데 공이 늘 똑바로 제대로 가더라"고 설명했다.
드라이버, 아이언, 쇼트게임, 퍼팅 등 4박자가 다 만족스러웠던 경기였다.
김해림은 "워낙 페어웨이를 놓친 적이 거의 없어 경기가 술술 풀렸다. 특별히 위기라고 느낀 상황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내년 사만사 타바사 레이디스 토너먼트까지 1년 동안 JLPGA투어 대회 출전권을 받았다.
"선택지가 많아졌다. 내년에는 일본에서 뛰는 것도 생각 중이다. 아직 결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을 병행하는 것보다는 상반기에는 일단 일본 투어에서 전념하는 쪽이 될 것 같다. 일본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 맞다."
하지만 그는 일본 진출보다는 먼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넘버원'이 되는 게 먼저라고 힘줘 말했다.
"일본에 건너가더라도 '한국 상금왕' 타이틀을 갖고 가고 싶다. 내 목표는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한 것"이라고 못 박은 그는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 조금 가라앉았던 기운이 솟는다"면서 투지를 내보였다.
그는 3월 SGF67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부터 교촌 허니 레이디스 타이틀 방어까지 5개 대회에서 우승 두 번을 포함해 한 번도 6위 밖으로 밀려본 적이 없고 이후에도 4번 더 톱10에 들었지만 3승을 쓸어담은 김지현(26)에 밀려 상금 랭킹 2위로 내려앉았다.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한두 뼘이 모자랐다.
"심신이 지쳐있었다. 집중력이 좀 떨어졌고 경기 중에도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선수에게는 역시 우승이 보약이다. 우승하니까 다시 활력이 생긴다. 연습해도 신이 난다"고 말했다.
21일부터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그는 "작년에도 잘했던 코스라서 자신 있게 간다"면서 "(김)지현이를 따라잡으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상금의 10%를 불우이웃을 돕는데 기부해와서 '기부천사'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지난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고선 우승 상금 전액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이번에도 화끈한 기부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에서 우승하니까 상금 말고도 벤츠 승용차와 1년치 쌀, 1천만원 어치 가전제품 등 부상이 많았다. 상금 10%는 당연히 기부하고 부상으로 받은 물건은 모두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기부할 생각이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