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서 1명 사망…"고온건조한 날씨에 농경지·산림 불쏘시개 변모"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와 중부 곳곳을 태우고 있는 산불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산림과 휴양지, 도시 외곽에 주로 영향을 미치던 산불이 급기야는 수도 로마와 남부 중심 도시 나폴리 도심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7일 로마 서남부 관문인 오스티아 해안가에 있는 카스텔푸사노의 소나무 숲이 화염에 휩싸이며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날 화재로 로마시 남부에서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연기가 주변을 뒤덮으며 수 십 가구가 대피하고, 로마 도심으로 통하는 대로인 크리스토포로 콜롬보와 해안 도로가 전면 차단됐다.
경찰은 불길이 소나무 숲의 각기 다른 3곳에서 시작된 것에 미뤄 이번 화재 역시 방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현장에서 휴지를 태우던 22세의 배관공 남성을 붙잡아 방화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화재의 대부분이 방화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며, 방화범에 대한 처벌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화재 현장을 방문한 뒤 "상황이 매우 심각해 로마시가 단독으로 이 같은 환경 재난에 맞설 수 없다"며 주 정부와 중앙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라지 시장은 카스텔푸사노 화재 직후 진화용 항공기 출동 시점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불이 처음 난 지 1시간 뒤에야 진화용 항공기가 도착했고, 그 사이 숲이 다 타고 말았다"며 소방 당국의 늑장 출동을 비판했다.
그러나, 진화용 항공기 배치를 관장하는 라치오 주 시민보호청은 이에 대해 "시민보호청이 신고를 받은 것은 오후 3시51분이었고, 그로부터 1분 뒤 첫 헬리콥터가 출동했다"고 반박했다.
남부 나폴리에서는 해안가에 위치해 아름다운 전망으로 유명한 포실리포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 녹지대의 가옥들이 불에 타고, 수 십 가구가 긴급히 대피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 와중에 한 남성이 자택 창고 지붕에 올라가 상황을 살피다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평년보다 훨씬 더 고온건조한 날씨 속에 강풍까지 겹치며 이날 로마와 나폴리 이외에도 중부와 남부 일대에서 1천 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로마가 속한 라치오주에서 280건, 나폴리가 있는 캄파니아주에서 250건, 중부 토스카나주에서 150건, 남부 칼라브리아주와 풀리아주에서 각각 110건과 100건의 화재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대형 산불로 화산 분화를 방불케 하는 연기로 휩싸인 나폴리 인근의 베수비오 화산에서는 이날도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으며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농민단체인 콜디레티는 "평년의 절반도 안되는 강수량에 남부 지역은 이따금씩 섭씨 40도까지 치솟으며 농경지와 산림이 완벽한 불쏘시개로 변모했다"며 산불의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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