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예산 1천800만원 투입해 은행나무 상처 치료하고 지지대 보수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고싸움놀이가 전해 내려오는 광주 남구 칠석동 옻돌마을 어귀 들판에는 주민들이 '할머니 당산'이라고 부르는 은행나무가 서 있다.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 전날 상·하촌으로 패를 나눠 고싸움놀이 하기에 앞서 할머니 당산과 뒷산 할아버지 당산 소나무를 찾아 제를 지낸다.
죽령산 아래 평야 지대에 자리한 칠석동은 풍수지리상 소가 누운 모습을 하고 있다.
할머니 당산에는 이 소의 고삐를 매어두려고 심었던 은행나무라는 전설이 깃들었다.
높이 25m가량에 전체 둘레가 13m에 달하는 칠석동 은행나무는 수령(樹齡)이 약 800년으로 추정돼 광주시 기념물 10호에 올랐다.
은행나무는 나이를 많이 먹은 탓인지 아픈 곳이 많다.
밑둥치부터 곧게 뻗은 원줄기에서 생겨난 상처를 치료했던 자리가 다시 썩으면서 뒤틀림 현상이 일어났다.
오래전 굵은 가지 아래에 받쳐놨던 철제 지지대가 줄기를 파고들어 수분과 영양분이 흐르는 통로도 틀어막혔다.
남구는 병들어가는 할머니 당산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외과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업체에 맡길 상처 수술은 살균, 살충, 방수, 방부 등 약제 처리와 인공 껍질 부착 등으로 이뤄진다.
나무 살갗을 파고든 '쇠지팡이'는 부드러운 재질로 바꾸고 지지대를 고였던 위치도 건강 상태에 맞게 새로 조정한다.
주변 토양에 천연부엽토를 부어 식단도 건강식으로 바꾼다.
남구는 할머니 당산 치료비로 예산 1천800만원을 투입했다.
19일 남구 관계자는 "지정보호수이자 지역의 문화유산인 칠석동 은행나무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외과수술을 추진하게 됐다"며 "곧 계약을 마치는 대로 시작되는 은행나무 상처 치료와 지지대 보수 공사는 약 한 달간 이어진다"고 말했다.
칠석동 은행나무는 1995년에도 썩은 부위 제거, 구멍 메우기 등 외과수술을 받았다.
광주에는 현재 느티나무·왕버들·은행 등 11종 77주의 수목이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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