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각회의에서 나온 각료들의 발언이 잇따라 언론에 유출되자 입단속에 나섰다.
메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저녁 각료가 아닌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참석해 음료 등을 마시며 환담하는 여름 리셉션 행사에서 "뒷말이나 트집 잡기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메이는 그런 행동의 결과는 "나 아니면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이다.(중략). 아무도 이걸 바라지 않는다"며 원치 않는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번 여름 휴회기에 "적절한 휴가를 보내고 중요한 일을 할 준비된 상태로 돌아오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은 42.4%를 득표해 노동당(40.0%)에 승리했다.
하지만 메이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또 총선을 치르면 자칫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인식이 여당에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는 18일 주재한 내각회의에서도 각료들에게 똑같은 주문을 했다.
최근 잇단 유출 발언들의 중심에는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자리 잡고 있다.
국고를 책임진 재무장관으로서 긴축 유지의 불가피성을 설득해온 해먼드 장관이 공공부문 임금인상률 1% 상한 유지를 둘러싼 논의에서 공공부문 근로자에게 보수가 "과다지급되고 있다"고 한 발언이 흘러나왔다.
야권은 잇단 테러와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 등을 계기로 상한선 폐지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고 여당 일각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들이 간헐적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보수 언론들은 해먼드 장관을 '소프트' 브렉시트를 원하는 대표적 인물로 꼽는 한편 메이의 '하드 브렉시트' 노선에 반대하는 여당 내 세력이 조기 총선에서 사실상 참패한 메이를 끌어내리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해온 까닭에 잇따른 내각 발언 유출은 총리 교체를 포함한 내각 내 권력 암투 양상으로 비쳤다.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 등 브렉시트 강경파는 메이 총리에게 하드 브렉시트 노선 고수를 압박하는 한편 총리 교체설을 차단하면서 '메이 체제 아래 하드 브렉시트 추구' 입장을 세웠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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