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잉글랜드음악원서 피아노·하버드서 영문학 공부…내달 내한 공연 앞둬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음악에서 맛볼 수 있는 감정과 느낌을 글을 통해 유사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미국 출신의 젊은 피아니스트 조지 리(22)는 전혀 다른 두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그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피아니스트 변화경을 사사한 음악도인 동시에 하버드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는 문학도다.
내달 내한 공연을 앞둔 그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문학은 음악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고 설명했다.
"음악과 문학에서 비슷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영국 시인 워즈워스의 시 중 자연과 관련된 구절에 사로잡혔다면, 음악 작품에서 비슷한 느낌의 악절을 찾아 시에서 느낀 그 영감을 적용해 보곤 하죠. 이런 방식으로 음악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할 당시에도 워즈워스의 작품을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낭만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등을 공부하며 음악적 이해를 넓혔다고 한다.
이러한 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 풍부하고 깊이 있는 표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연주에 대해 "뛰어난 기술적 기량, 구사력, 그리고 표현의 깊이"를 두루 갖췄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그의 이력 첫 줄에 오르는 건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다.
유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 등에게서 "1등보다 나은 2등"이라는 평을 들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콩쿠르에서 몇 위를 차지하는지 신경 쓰기보다는 그냥 제대로 된 연주를 펼치고자 했다. 출중한 실력을 보여준 결승 진출자들 사이에서 심사위원단도 결정을 내리기 아주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콩쿠르 이후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지휘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등과 협연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상인 에이버리 피셔상을 수상했고, 오는 10월 뉴욕 카네기홀 데뷔도 확정 지었다.
작년 예술의전당 IBK침버홀에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났던 그는 오는 8월 23일 더 큰 홀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독주회를 연다.
그는 전반부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6번과 소나타 23번 '열정'을 연주한다.
후반부에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 제2년: 이탈리아' 중 5번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 '순례의 해 제3년' 중 4번 '에스테 별장의 분수' 등을 연주한다.
그는 최종 꿈에 대한 질문에 전설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를 언급했다.
"제가 정말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그의 연주는 정말 많은 색깔과 이미지, 그리고 긴장감을 만들어내요. 이런 능력에 경외심이 느껴질 정도예요. 저도 언젠간 음악과 평화의 대사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티켓 가격은 3만~8만원. ☎02-541-3173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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