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사례…면역억제제 없이 안약 처치만 해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국내 이종 이식 연구 영역이 '장기'에서 '조직'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팀과 함께 필리핀 원숭이에게 바이오 이종이식용 돼지 '믿음이'의 각막을 이식한 결과 234일간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됐다고 19일 밝혔다.
이종이식에 사용하는 면역억제제 없이 안약만으로 200일 넘게 정상 기능을 유지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첫 사례다.
이번에 시도한 각막 이식은 '부분층 각막이식'으로, 합병증과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어 실제로 사람에게도 많이 시술하는 방식이라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오른쪽 눈에 이식하고 1주일에 한 번씩 안약을 투여해도 혼탁 현상 없이 투명한 상태를 유지했고, 2개월째부터는 안약 투여도 중지했다가 190일째 혼탁 현상이 관찰돼 항생제와 안약을 투여했다고 농진청은 덧붙였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그동안 이종이식용 돼지인 '지노'(2009년)와 초급성·급성 거부반응을 조절한 '믿음이'(2010년), '믿음이'에 급성혈관성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유전자(CD73)를 추가한 '사랑이'(2017년)를 개발했다.
지난해 '지노'의 각막을 원숭이에 이식했을 때는 90일 동안 정상 기능이 유지됐으나, 이번 '믿음이'는 정상 유지 기간을 3배 정도 더 늘렸다.
연구진은 이에 탄력을 받아 올해 5월 '믿음이'의 각막을 추가 이식했고, 이식받은 원숭이의 눈은 지금까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올해 말께는 '사랑이'의 각막 이식도 시도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종 간 각막 이식 연구는 시력 이상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돼지 각막의 임상을 승인해 사람에게 이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각막 이종이식 연구의 임상 진입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농진청은 전했다.
윤익진 교수는 "이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돼지의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인간과 똑같이 최소한의 면역억제제인 안약 처치만으로도 234일 동안 각막이 정상 기능을 유지한 것"이라며 "각막 이식에 적합한 형질전환 돼지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최유림 축산생명환경부장은 "앞으로 국내 바이오 이종장기 이식 분야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축산업이 미래성장 산업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오는 9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제17회 세계이종이식학회에서 이번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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