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웅산 장군을 비롯한 미얀마 독립 영웅 9명이 묻힌 국립묘지가 32년만에 처음으로 새 단장됐다.
19일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는 아웅산 서거 70주년을 앞두고 최근 아웅산 국립묘지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다.
최대도시 양곤 시내에 있는 국립묘지는 1947년 7월 19일 반대파 정치인에 의해 암살된 아웅산을 비롯한 독립영웅 9명이 묻힌 곳이다.
묘역에는 9명의 독립영웅을 상징하는 붉은색 대형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의 왼쪽 상단에는 흰색 별이 있었다.
미얀마 정부는 아웅산 장군 서거 70주년을 맞은 올해 새 단장을 하면서 흰색 별이 있던 조형물 왼쪽 상단을 비워두고, 조형물 인근 잔디밭에는 반쯤 묻힌 붉은 별 조형물을 추가했다.
또 묘역으로 향하는 통로에는 독립영웅 9명의 사진과 약력을 채워 넣은 간판 형태의 구조물도 세워졌다.
1985년 조성된 아웅산 묘역이 새 단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군부 정권에 의해 변경됐던 초기 설계가 32년 만에 반영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묘역의 원래 설계자로 리모델링을 주도하고 있는 건축가 순 우는 "땅에 묻힌 별은 아웅산 장군과 동료들, 묘역 조형물 상단의 공간은 우리가 그들을 잃었다는 걸 상징한다"며 "이는 묘역 조성 당시 설계에 들어 있었지만, 군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독립영웅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립영웅의 정신이 빠져 있는 조형물이 싫어서 그동안 한 번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며 "원래 설계를 반영한 복원 작업은 95%쯤 이뤄졌다. 앞으로 박물관 건립 등 작업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군부 지도자들은 아웅산을 독립영웅으로 떠받들면서도 독립영웅의 이름을 빌려 대중집회가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1988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군부는 2010년까지 일반인의 묘역 출입을 불허했다.
또 이들은 자신들에게 저항했던 아웅산의 딸 아웅산 수치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매년 7월 19일에 열리는 '순난자(殉難者)의 날'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수치의 기념식 참석도 막았다.
그러나 지난 2011년 개혁성향을 가진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의 반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묘역이 일반인에 개방됐고, 수치가 주도하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군 최고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한편, 아웅산 장군 묘소에서는 지난 1983년 10월 9일 동남아 순방중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북한 정찰국의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수행원 17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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