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손꼽히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지난 15일 돌연 낙마한 가운데 충칭 시정부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 대한 충성 맹세를 했다.
19일 현지의 충칭신보(重慶晨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충칭시 당조직 확대회의에서 장궈칭(張國淸) 충칭시장은 "이번 충칭시 당 위원회 지도부의 인사 조정은 당 중앙의 충칭시 업무에 대해 고도 중시와 깊이 있는 배려를 잘 보여준다"면서 "시 주석의 충칭시 현안에 대한 중요 지시와 정신을 잘 학습해 당 중앙의 결정에 결연히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이어 "사상과 정치, 행동에서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과 고도의 일치를 유지하겠다"면서 "전면적인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을 통해 비리로 낙마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와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부시장이 남긴 사상적 해악을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시 지도부는 또 신임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 임명은 당 중앙의 충칭에 대한 관심과 중시를 잘 보여준다며 온 힘을 다해 천 서기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충칭시 지도부의 이런 충성맹세는 쑨 전 서기에 대한 인사조치후 사흘만에 나왔다.
충칭 현지에서는 보시라이 추종 세력에 대한 미흡했던 숙청 작업이 쑨 전 서기의 낙마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차세대 주자이면서도 비(非) 시 주석 계열인 쑨 서기를 겨냥한 숙청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임 천민얼 충칭 당서기는 시 주석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올가을 대규모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측근 전진배치 차원에서 쑨 서기를 낙마시키고 천 서기를 기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충칭시 당서기는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톈진(天津)과 더불어 중국 최고지도층인 상무위원 진입이 가능한 자리다.
중국의 사정(司正)·감찰을 총지휘하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 순시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충칭시에 대한 순시활동을 벌이고 충칭시가 보시라이 전 서기의 사상적 해약을 철저하게 없애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쑨 전 서기는 순시조의 지적 내용에 대해 자아비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칭은 시 주석 취임초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보시라이 전 서기 부정부패 사건의 진원지로써 사건 이후 충칭시는 쑨 전 서기를 포함한 고위직 인사들의 '정치적 무덤'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충칭시 정부의 '발 빠른' 대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강하게 불고 있는 사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중국의 반(反) 부패 사정작업을 총지휘하는 왕치산(王岐山) 서기는 쑨 전 서기가 낙마한 직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기명 칼럼을 통해 "순시가 반부패 사정작업과 종엄치당의 날카로운 검으로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며 강력한 사정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
'순시'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각 당정 조직에 대한 사정·감찰 활동을 의미한다. 왕 서기는 18기 체제 들어 모두 12차례에 걸쳐 277개 당 조직, 16개 성(省)·시·자치구에 대해 순시활동을 벌여 159만건의 신고를 접수하고 8천200여건의 문제를 적발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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