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관 파열 단수' 안내문자 보내고도 "단수 없었다" 발뺌
도수관로 터져 배상한 2년 전 단수사태 '트라우마' 작용한 듯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2년 전 사흘 동안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7억원대 보상을 한 청주시가 지난 16일 폭우로 상수도관이 파열, 한때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자 화들짝 놀랐다.
지난 16일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 많은 강수량으로 기록된 290.2㎜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흥덕구 가경천 일부가 유실됐고 바로 옆에 매설된 상수도관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 상수도관은 복대·가경·강서동 일대 6만여 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중요 시설이다.
일부 시민들은 이날 오전 11시 10분께 청주시에 전화를 걸어 "수돗물이 안 나온다"고 항의했다.
청주시는 부랴부랴 주민들에게 "폭우로 인한 가경천 유실로 상수도관이 파손, 가경·복대동 일부 단수, 오후 5시 복구 예정입니다"라는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임시 조치를 마친 후 수돗물 공급이 재개되자 "단수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시치미를 뚝 뗐다.
상수도관이 파열돼 응급 조치를 하는 얼마 동안 이라도 수돗물이 끊기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시는 잡아뗐다.
응급 조치 이후 일부 고지대 수돗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녹물이 나오는 곳이 있었다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단수 피해'로 보지 않았다.
청주시가 이렇게 수돗물과 관련, 발뺌을 하고 나선 데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년 전 통합정수장 도수관로 연결 공사를 마친 뒤 통수하는 도중 도수관이 터지면서 유례 없이 7억7천여만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단수지역 수용가에 지급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8월 1일 청주 통합정수장 통수 과정에서 도수관이 터지는 바람에 수리가 마무리된 같은 달 4일까지 사흘동안 상당구 용암동 등 1만7천400여 가구와 2천500여개의 영업점이 불편을 겪었다.
당시 청주시는 단수 사태의 원인이 도수관로 공사를 한 시공·감리업체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시공·감리업체는 "통수 과정의 공기압이 원인"이라며 시공 잘못이 아니라고 맞섰다.
사고 원인에 대한 양측의 책임 공방이 팽팽히 맞섰고, 결국 대한상사중재원이 중재에 나섰다.
청주시의 바람과 달리 대한상사중재원은 시에 86%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단수사태가 터졌을 당시 재난 대응 매뉴얼이 부실했고 단수와 관련한 사전·사후 홍보 등 미흡한 후속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청주시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4천466가구(5만2천명)와 영업점 471곳에 총 7억7천여만원을 배상했다. 당시 청주시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해 "피해 주민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전력'이 있는 청주시는 지난 16일 다시 한 번 '수돗물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전 쏟아진 기습 폭우로 가경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배수지와 연결된 상수도관이 일부 파열된 것이다.
복대·가경·강서동 일대 약 6만1천 가구에 한때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단수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탱크가 설치된 아파트도 물이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할 상황이었다.
충북도 역시 이날 배포한 폭우 피해 보도자료에서 6만1천 가구의 단수 소식을 알렸다.
그나마 이 지역은 상수도관이 거미줄처럼 오밀조밀 연결된 곳이어서 큰 피해는 없었다.
청주시는 큰 상수도관에 연결된 이 지역의 지선을 신속히 차단하고 인근의 다른 상수도관과 연결, 당초 계획보다 2시간 빠른 오후 3시께 임시 조치를 마쳤다.
단수 시간이 4시간에 그치면서 청주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임시 조치가 마무리됐지만,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상수도관과 연결된 탓에 수돗물에 녹이 섞여 나와 일부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
그러나 청주시는 수압이 낮아 수돗물이 적게 나오는 현상은 있었겠지만 단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상수도관이 완전히 끊긴 게 아니라 파열됐기 때문에 수압이 낮아져 '출수 불량'만 있었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파열된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수리는 오는 22일께 완전히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배수지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수돗물을 각 가정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만큼 단수 피해가 생기더라도 최단시간에 조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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