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관광상품 '시카고 사파리 투어' 제안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시 고위 공직자들이 관용 이메일을 통해 총기폭력지대에 살고 있는 흑인들을 동물에 빗댄 장난 말을 주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최근 사임한 시카고 시 수도국 폴 핸슨 감독관은 사적으로 총기 4자루와 자동차 5대를 사고팔기 위해 관용 이메일 이용했다. 이에 더해 총기폭력으로 몸살을 앓는 흑인 저소득층 동네를 야생동물 공원에 비유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카고 시 감사관실은 지난 5월 지역 언론 제보로 핸슨이 개인 비즈니스에 관용 이메일을 사용한 배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이 포함된 문건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밝혔다.
핸슨은 수도국 타 부서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가상 관광상품 '시카고 사파리 투어'를 제안했다.
그는 이메일 제목란에 '시카고 사파리 입장권'이라 적고 본문에 "오는 독립기념일 연휴에 시카고 남부와 서부 범죄 빈발 지역을 둘러보는 '시카고 사파리 어드벤처'를 아직 예약하지 않았다면 서둘러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기술했다.
이어 "시카고 사파리 관광 패키지에는 하루 3차례 '디럭스 해럴드 치킨'이 식사로 제공되고, 최소 1건의 살인과 5건의 범죄 목격을 보장한다"며 "수많은 동물을 그들의 자연 서식지에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확한 송수신 날짜와 수신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해럴드는 시카고 유일의 흑인 시장 해럴드 워싱턴(1983~1987 재임)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리뷴은 "이 이메일에 4명의 백인이 탄 사파리 관광 차 안으로 예닐곱 명의 흑인이 침입하려는 사진이 첨부돼있다"면서 이에 대해 토머스 더킨 배관 감독관은 흑인을 길들지 않은 야생동물에 비유한 답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핸슨은 '수박 수호'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백인우월주의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이 수박밭을 지키고 있는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또 흑인 어린이가 수박 한쪽을 들고 물이 든 양동이 안에 앉아있는 사진에 '수영장'이란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치킨과 수박을 흑인에 연관시키면 인종 비하 표현이 된다.
조지프 퍼거슨 시카고 시 감사관은 "공개된 내용은 핸슨의 인종차별적·성차별적 이메일의 지극히 일부분이며 더킨 감독관 이메일에서도 반 무슬림·반 흑인 내용이 잇따라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메일 접근에 제한이 있어 모든 문건을 다 확인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면서 "핸슨과 더킨은 문제를 인정하고 사퇴했으며, 시카고 시 재고용 부적격자 명단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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