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일감 수주 금품 의혹' 설계업체 수사 과정서 개인비리 혐의 포착
시공 과정 리베이트·비자금 의혹도 제기…"회사 전체 수사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검찰이 금호산업과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의 사업 입찰·시행 과정에서 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해 전격 수사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김동주 부장검사)는 19일 오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업무 관련 문서, 장부·일지 등을 확보하고 직원 2명을 체포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회사 전체가 아닌 특정 부서와 직원에 한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인 18일에도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무소를 압수수색해 비리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부장급 직원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법원에서 미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은 당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8시간 동안 이뤄졌다.
포스코건설 사무소 압수수색은 회사 내 그룹장인 A씨의 비리 혐의 증거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주에는 CJ대한통운을 압수수색하고 부장급 인사 1명을 체포했으며 현재 구속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서울 잠실의 한 대형 아파트 재건축조합 관련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앞서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아파트 재건축조합 이사 김모(71·여)씨를 구속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중견 설계업체 이모(52) 부사장으로부터 "설계 일감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약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이모(45)씨도 이 같은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특가법상 제3자 뇌물 취득) 등으로 구속됐다.
당초 경찰은 이 부사장과 이씨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점 등을 토대로 업체 간 비리로 보고 두 사람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여러 업체가 포함된 '건설 비리' 수사로 확대됐다.
특히 검찰은 설계업체와 이 부사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금호산업과 포스코건설 직원 등이 해당 임원으로부터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점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비롯해 또 다른 여러 공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검찰은 "현재 설계업체와 관련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설계업체의 사업 참여 및 시행 과정을 둘러싼 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향후 사업부 내에서 '윗선 상납' 등 조직적으로 금품이 오갔거나 업체 외부의 다른 관계자들에게 금품 리베이트가 제공된 정황이 있는지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설계업체가 관리해 오던 일종의 '리스트'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강남 지역 재건축 사업을 타깃으로 삼아 현장에서 암암리에 계속돼 온 '부동산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특정 개인의 업무 관련 부분을 압수수색한 것"이라며 "회사 전체에 대한 수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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