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임종석 비서실장 등 靑보좌진과 직접 테이블 옮겨
오찬 앞서 4당 대표와 산책…정의당 이정미 대표 애견용품 선물
여성 3명·남성 2명…사상 첫 여초 청와대 여야대표 회동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 회동이 열린 19일 낮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4당 대표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로 한 테이블이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있는 것을 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테이블을 그늘로 옮겨야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도 "날씨가 너무 덥다. 그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고선 문 대통령은 테이블 앞으로 걸어가 테이블 한쪽 끝에 잡았다. 대통령이 직접 테이블을 옮기려는 것을 본 비서실장과 보좌진도 황급히 테이블에 달라붙었다.
결국, 문 대통령과 임종석 실장, 청와대 보좌진 6명 등 모두 8명이 함께 테이블을 나무 그늘로 옮겼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날씨와 정치가 비슷한 것 같다. 가뭄이 가면 폭염이 오고, 그러면 또 태풍이 오고…"하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는 건기·우기가 따로 있게 된 것 같다. 내릴 때 확 내리고 안 올 때 안 온다. 충청이 가뭄이 지나자 비가 와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직접 테이블을 옮긴 직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도착했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마중을 나가 좌우에서 추 대표의 팔짱을 끼고 상춘재 앞뜰 계단을 올라왔다. 문 대통령도 몇 걸음 앞으로 나가 추 대표를 맞이했다.
추 대표가 "더운데 건강은 어떠신가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문 대통령은 "추경이 처리 돼야 할 텐데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추 대표는 "저쪽은 추 들어간 건 다 싫어한다고 한다. 고추·배추·부추 등 3종 다 못 드시고 있다고 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곧이어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고 2분 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도착했다.
대부분 남성이었던 과거 여야 대표 초청 청와대 회동과 달리 이날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빠진 까닭에 여성 참석자가 남성 참석자보다 많았다.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대표 초청 오찬에서 여성 참석자의 수가 남성 참석자보다 많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폭염주의보가 내려 날이 너무 덥다며 오찬에 앞서 잠시 시원한 계곡을 걷자고 제안했다.
이에 4당 대표들은 상춘재 옆 연못과 백악교 주변을 10분가량 산책했다.
대표들이 상춘재 옆 연못 위에 줄이 처져 있는 것을 보고 "줄이 왜 설치됐습니까"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이게 없으면 왜가리가 연못의 잉어들을 공격해서 잡아먹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오찬이 시작되자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국회 통과 등 국정운영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다당제 체제 아래서 협치는 불가피한 여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대통령님을 뵙고 4당 대표가 함께 한 자리가 협치, 생산적 정치를 마련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협치는 구호로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해야 한다"며 "타협과 양보라는 단어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상처를 많이 입은 국민이라 새 정부에 거는 기대와 바람이 매우 큰 것 같다"며 "대통령은 각 진영을 다 아우르는 국민의 대통령인 만큼 모든 목소리를 경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지지층 목소리에 편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중화시키기 위해 저희 야당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라며 "정책은 시민 목소리도 많이 들어야겠지만, 전문가들 목소리에도 귀를 많이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언론이나 국회에서는 야 3당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청와대에서 야 4당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새 정부는 대한민국의 열아홉 번째 정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새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촛불 개혁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민심이 수용되는 길이라면 언제든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께서 임기를 마치면 노동부가 기재부와 동등한 위치 정도는 가 있어야 하고, 실패한 개인들이 국가를 믿고 국가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애견용품을 선물하면서 "토리에게 잘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토리는 문 대통령이 입양하기로 한 유기견의 이름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이 연일 강행군이시다. 추경에도 일자리 추경이라고 명명하시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에 국민도 많이 힘을 얻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추경을 기다리고 있는 안타까운 민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도 어떤 고충이 있기 때문에 잠시 멈춘듯하지만 끝내는 국민을 위해 가야 하는 큰 과제가 있다"며 "오늘 이렇게 대통령께서 불러주셔서 서로 묵은 것을 털어내고 국민을 향해 일하는 협치, 통 큰 정치의 장으로 분위기가 이끌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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