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의 "독서만한 즐거움 없다" 대사는 풍자적 표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영국의 10파운드짜리 새 지폐의 주인공이 영국의 여성 소설가 제인 오스틴으로 결정됐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자국을 대표하는 새 10파운드의 그림과 글귀를 공개했다.
새 지폐에는 오스틴 타계 200주기를 맞이해 오스틴과 그의 작품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 오스틴이 집필할 때 사용한 책상 등이 새겨졌다.
새 지폐에는 오만과 편견의 대사 "결국 독서 같은 즐거움은 없다고 선언하노라."(I declare after all there is no enjoyment like reading.)도 함께 새겨졌는데, 이 작품의 팬들은 이 문구가 선택된 이유에 의문을 품고 있다.
오만과 편견을 읽지 않은 이들이 보기에는 훌륭한 글귀일 수 있지만, 사실 오스틴은 이 대사의 주인 캐롤라인 빙리를 기만적인 캐릭터로 표현했다.
빙리는 책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독서를 즐기는 남성 주인공 미스터 다아시를 찾아가 독서가 취미인 것처럼 행동한다.
새 지폐에 새겨진 문구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 같은 배경을 언급하며, 해당 대사는 풍자적 표현으로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카니 총재는 윈체스터 성당에서 열린 신권 발표식에서 "이 문구는 오스틴의 정신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으며, 우리가 모두 동의하듯 '독서와 같은 즐거움이 없다'고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의 작품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대사의 아이러니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를 향한 풍자를 담고 있기도 하고 여러 측면에서 작용한다"고 말했다.
오스틴이 지폐에 새겨진 까닭을 두고는 영국인이 자국 문화에 지닌 자부심을 거론했다.
카니 총재는 "우리 지폐는 우리의 집단적 기억의 저장소"라며 "이는 영국의 영광스러운 과거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 위대한 시민들에 대한 영국의 기여를 강조해준다"고 말했다.
또한 "오스틴의 소설은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고 오늘날에도 처음 출판됐을 때처럼 전달력을 자랑한다"고 덧붙였다.
새 지폐는 오는 9월 14일 발행될 예정이다. 2016년 발행된 5파운드짜리 새 화폐와 마찬가지로 휘어질 수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기존 지폐보다 더 깨끗하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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