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 컨테이너 야간 반납 기피…트레일러 기사들 피해

입력 2017-07-20 06:00  

선사들 컨테이너 야간 반납 기피…트레일러 기사들 피해

대다수 선사 오후 6시 전 마감…기사들 개인 돈들여 대리반납

마감시간 맞추려 과속운전…특정시간 차량 몰려 항만효율 저하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24시간 쉬지 않고 하역이 이뤄지는 부산항인데도 야간에는 컨테이너 반납이 이뤄지지 않아 트레일러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트레일러들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면서 항만운영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도 되고 있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부산항만공사와 트레일러 기사들에 따르면 부산신항에 기항하는 대형 선사들은 대부분 평일에는 오후 5시나 5시 30분, 토요일에는 오후 2시나 3시 이후에는 빈 컨테이너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머스크, 현대상선, NYK 등 일부 선사는 24시간 반납을 허용하거나 미리 통보한 트레일러에 한해 마감 시간이 지난 야간에도 반납을 받아준다.

부산항에 도착한 수입화물은 트레일러에 실려 화주에게 전달되며 내용물을 빼낸 빈 컨테이너는 다시 해당 선사가 기항하는 터미널에 반납해야 한다.

화주의 작업지연이나 도로체증 등 여러 변수 때문에 기사들이 여유 있게 부산에서 출발해도 반납 마감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다.

이처럼 마감 시간을 놓친 기사들은 다음날 오전 8시나 9시부터 시작되는 반납시간에 맞춰 빈 컨테이너를 터미널에 내려주기 위해 대기하느라 긴 시간을 보내야 해서 하루 일을 못 하는 피해를 본다.

다음 날 아침에 당장 다른 컨테이너를 실어날라야 하는 기사들은 터미널 부근에 있는 민간 보관소에 맡겨놓고 다른 기사에게 대리반납을 시켜야 한다.

보관료가 1만5천~3만원, 대리반납비가 2만5천원 든다.

이렇게 마감 시간 때문에 지불하는 돈이 한 달에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든다고 기사들은 말했다.

낮은 운임 때문에 열심히 일해도 한 달에 버는 돈이 기본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처지에 이런 돈까지 부담하느라 삶이 더욱 힘들다고 기사들은 토로했다.

일부 기사는 다음날 아침 일찍 반납하려고 터미널 부근 도로변에 트레일러를 대놓고 그 안에서 쪽잠을 잔다. 졸음운전을 하는 요인이 된다.

트레일러 기사들은 "선사들이 컨테이너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비용을 줄이려고 낮에만 반납을 받는다"며 "자신들의 이익과 편의만을 앞세워 기사들의 불편과 손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빈 컨테이너 반납 시간제한은 기사들이 과속운전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기사 황모 씨는 "경기도까지 수입화물을 가져다주고 나서 반납시간을 맞추려면 과속을 할 수밖에 없다"며 "선사들의 이기주의가 기사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납시간을 앞두고 트레일러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항만운영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기사들이 상·하차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터미널 운영사들도 빈 컨테이너 야간 반납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한 운영사 관계자는 "낮 시간대에 몰리는 물량이 분산되면 그만큼 장비 운영 등에도 부담이 줄어들고 기사들이 기다리는 시간도 짧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사 관계자들은 "야간에는 컨테이너 상태를 검사하기가 쉽지 않아 낮에만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며 "야간에도 반납을 받으려면 조명을 설치하고 인력과 장비를 추가로 투입해야 해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기사들은 "우리도 야간에 빈 컨테이너를 싣고 나오기 전에 이상 여부를 살펴야 한다"며 "선사들이 야간 검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반납을 기피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중소 운송사 간부 양모 씨는 "선사와 운영사, 운송사 등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반납시간을 어느 정도 연장하는 게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지 등을 검토해 기사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항만공사가 항만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를 높이는 차원에서 배후단지에 있는 공용 장치장에서 야간에 반납을 받았다가 해당 선사의 터미널로 옮겨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항만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산항의 운영이 더 많은 물량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항만공사 등 정책 당국이 트레일러 기사 등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삶의 질과 처우를 개선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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