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법무장관 "마피아, 승리 못했으나 패배한 것도 아냐" 경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더불어 이탈리아 반(反)마피아 운동의 상징으로 꼽히는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가 암살된 지 꼭 25년이 지났다.
하지만, 법원이 지난 주 그의 암살을 실행한 혐의로 최장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사람들에게 오심을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그를 암살한 주범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19일 로마에서 열린 보르셀리노 검사의 25주기 추도식에서 "보르셀리노는 마피아가 피할 수 없는 악이 아니라 물리칠 수 있는 범죄 현상이라는 확신을 지니고 마피아와 싸웠다"고 말하며 그를 추모했다.
보르셀리노 검사는 친구이자 동료였던 팔코네 검사가 마피아에 의해 폭사한 지 2개월 만인 1992년 7월19일 팔레르모에서 일어난 차량 폭탄테러로 경찰 경호원 5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1980년 시칠리아 주지사이던 친형을 역시 마피아의 암살로 잃은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어 "보르셀리노는 마피아와 맞서려면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마피아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특히 젊은층 사이에 법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또 "보르셀리노와 그를 경호하던 사람들의 비극적 죽음과 관련해 최종적인 정의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며 "이제까지 진실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실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했다"고 개탄했다.
시칠리아 주에 위치한 카타니아 항소법원은 지난 주 보르셀리노 검사 등을 살해한 혐의로 수 년 동안 옥살이를 한 용의자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들에게 사법 당국의 오심으로 인한 피해를 사과했다.
당국은 암살 사건 직후 잡범으로 체포된 범죄자의 진술에 의거해 이들을 보르셀리노 암살의 용의자로 잡아들였으나, 2008년 마피아 변절자의 진술로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나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재심이 이뤄졌다. 이들을 체포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잡범의 진술은 이후 경찰의 강압에 의한 허위로 드러났다.
보르셀리노 검사의 딸인 피암메타 보르셀리노는 이와 관련, 이날 "최악의 사법 실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무고하게 옥살이를 한 분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25년의 시간이 진실을 찾기 위해 낭비됐다"며 "진실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에도 이 나라는 말 못할 진실을 숨기는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보르셀리노 암살 사건을 깊숙이 추적해온 이탈리아 기자 엔리코 데알리오는 이에 대해 "보르셀리노 검사가 사망 전 조사한 정치적으로 폭발력 있는 사건을 덮기 위해 수사 당국이 일부러 잘못된 사람을 찍어 수사를 호도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안드레아 오를란도 이탈리아 법무장관은 페이스북에 "마피아는 승리하지 못했으나, 패배하지도 않았다"며 여전히 암약하고 있는 마피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촉구했다.
지난 주 팔레르모에서는 팔코네 판사의 기념 동상이 머리가 제거되는 등 훼손된 데 이어 18일에는 역시 마피아 척결에 앞장서다가 마피아에 의해 암살된 로사리오 리바티노 판사의 묘비석이 파손된 채 발견됐다.
당국의 대대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시칠리아 마피아 세력인 '코사 노스투라'가 호시탐탐 부활을 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여겨진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