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종환(KIA) 이후 첫 2사 후 고의4구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야구 경기에서 고의4구는 실점을 막기 위해 위험부담을 안고 선택하는 작전이다.
아웃카운트에 따라 고의4구는 조금씩 다른 특징을 지닌다. 보통 무사에서는 1점만 더 내주면 경기가 끝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고의4구를 택한다.
이때 타자의 기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기 위해 1루를 채우는 것이다.
1사에서의 고의4구도 비슷하다. 1점 승부에서 경기 후반 주자가 3루에 나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작전이다. 내야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끝내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 수비팀에서 1루에 던져놓은 '병살 징검다리'나 마찬가지다.
반면 2사 후 고의4구는 해당 타자를 피하는 게 목표다.
보통 각 팀의 중심타자가 대상이 된다. 2사 후 고의4구를 얻었다면, 상대 팀으로부터 기량을 인정받았다고 여겨도 된다.
전반기 프로야구에 '거센 바람'을 몰고 온 이정후(19·넥센 히어로즈)는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데뷔 첫 고의4구를 얻었다. 그것도 2사 후에 말이다.
이정후는 4-2로 앞선 7회 말 2사 2, 3루에서 타석에 들어갔다.
KIA 배터리는 앞서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내야를 휘저어놓은 이정후와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포수 한승택은 조용히 일어났고, 투수 박진태는 공 4개를 옆으로 뺐다.
결과적으로 KIA의 선택은 옳았다. 이정후를 1루에 보내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택근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추가실점 없이 7회를 마쳤다.
경기는 넥센의 4-2로 끝났지만, KIA는 7회 이정후와 대결을 피하고 경기 막판까지 역전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2사 후 신인 선수가 고의4구를 얻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최근 사례는 7년 전인 2010년 6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확인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그날 역시 넥센과 KIA의 경기였다.
당시 넥센 송신영은 6-5로 앞선 8회 초 2사 후 김선빈에게 2루타를 내줬다. 다음 타자는 그해 1군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던 8번 타자 이종환이었다.
이종환은 전날 투런포를 터트린 데다가 앞선 타석에서 볼넷 2개를 얻는 등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넥센 배터리는 이종환을 거르고 차일목을 투수 땅볼로 처리해 6-5 승리를 지켰다.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2009년 6월 24일 광주 SK 와이번스전 안치홍이 '2사 후 신인 고의4구' 첫 사례다.
그해 안치홍은 올스타전 MVP, 최연소 한국시리즈 홈런으로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현재 이정후의 성적은 타율 0.332(322타수 107안타), 2홈런, 31타점, 67득점이다. 지금 당장 시즌이 끝나도 신인상은 확정적이다.
게다가 최근 11경기 연속 안타로 여름에도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는다. KIA전에서 얻은 올해 첫 고의4구는 '신인' 이정후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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