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드는 오후 3∼5시에 국보 반구대암각화 보러 오세요

입력 2017-07-20 08:31  

햇볕 드는 오후 3∼5시에 국보 반구대암각화 보러 오세요

음각으로 새긴 고래 등 바위그림 빛과 그림자 대비로 선명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의 바위그림은 언제 가장 선명하게 보일까?

여름과 가을에는 햇살이 밝은 오후 3∼5시에 가장 잘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반구대암각화는 7천 년 전 선사인이 너비 8m, 높이 4m에 반듯하게 서 있는 바위 면에 새긴 그림으로 1970년 발견됐다.

선사인들은 날카로운 도구로 고래 그림을 비롯한 바다 동물, 사람 얼굴, 호랑이와 사슴 등 육지동물, 선사시대 사냥과 해양어로 모습 등 307점의 그림을 생생하게 새겼다.

반구대암각화는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이자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 문화를 대표하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발견 전인 1965년 암각화가 있는 대곡천을 막아 만든 사연댐 때문에 암각화는 매년 여름철 우기 이후 6개월 정도 완전히 침수됐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6개월 정도 노출되기를 50년간 반복하면서 훼손됐다.

침수가 이어지면서 한때 물이끼와 물때가 암각화 표면을 덮어 관광객들은 암각화를 보러 갔다가 바위그림을 한 점도 보지 못하고 실망해서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암각화와 전망대 간 거리가 100m 정도로 멀어 망원경으로도 그림을 식별하기는 쉽지 않았다.

계절과 하루 중 시간도 암각화 바위그림 관찰의 변수였다.

북쪽으로 서 있는 암각화의 그림과 바위 면의 색깔이 똑같고, 그림이 얕은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 햇빛이 들지 않은 오전에는 먼 거리에서 암각화를 관찰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그런데 근래 들어 암각화 바위그림 관찰 여건이 상당히 좋아졌다.

2014년 11월 문화재청이 암면을 보존하기 위해 정수된 물로 세척하며 물이끼와 물때를 벗겨냈다.

이후 울산시가 보존 방안을 수립할 때까지 사연댐의 수위를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암각화가 2년 6개월 정도 침수되지 않고 자연 상태로 노출되면서 암각화 표면이 비교적 깨끗해졌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가 동반한 집중 호우로 한 달 정도 암각화가 완전히 침수된 적은 있었으나, 암각화가 침수와 노출의 반복에서 벗어나면서 애초 뚜렷하게 새겨진 일부 바위그림은 100m 떨어진 전망대 망원경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해졌다.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암각화 그림을 제대로 보려면 맑은 날 오후 3∼5시에 방문할 것을 권유한다.

음각으로 새겨진 그림에 햇볕이 들어 그림자가 생기기 때문에 빛과 그림자의 콘트라스트(contrast, 대비)가 강해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그림은 가까운 거리에서는 잘 보이지만 문제는 전망대와 암각화 거리가 너무 멀어 고성능 망원경으로 봐야 겨우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암각화 임시 보존 방안으로 내놓은 생태제방을 쌓을 경우 전망 교량과 암각화 거리가 약 40m로 현재보다 훨씬 가까워져 관찰이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목 암각화박물관장은 "여름과 가을철 오후 맑은 날에 암각화를 방문하면 암각화 문양 중 뚜렷하게 새겨진 호랑이와 고래 그림 등을 관찰할 수 있다"며 "그동안 암각화 바위 면에 물때가 많이 끼여 관측하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그림이 잘 보여 많은 관광객이 감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lee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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