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사진 유품 美 시카고대 기증

입력 2017-07-20 09:18  

수수께끼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사진 유품 美 시카고대 기증

마이어가 직접 선택, 편집·인화한 사진 500여 장·카메라· 개인 소품 등

올 연말부터 연구진과 학생에 공개할 예정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수수께끼 같은 '20세기 거리의 사진사'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작품과 유품 일부가 미국 시카고대학에 기증됐다.

시카고대학은 19일(현지시간), 마이어 작품 저작권자인 시카고 주민 존 말루프(35)가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인화된 사진 약 500장과 마이어의 사진기, 개인 소품 등을 기증했다며 "도서관 내 '스페셜 컬렉션 리서치 센터'(SCRC)에 보관하고 연구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일부 박물관과 미술관이 마이어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나 연구기관으로서는 처음"이라며 "연구진과 학생들이 마이어가 살았던 도시에서 그녀의 사진과 작품 창작과정 등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말루프는 "마이어가 1950년부터 1980년 사이 거리에서 포착한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으로, 존 F.케네디·엘리노어 루스벨트·교황 요한 바오로 2세·배우 에바 마리 세인트·가수 프랭크 시내트라 등 정치·종교·문화계의 유명인사들 모습도 포함돼있다"면서 "예술가 마이어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니얼 마이어 SCRC 소장은 "마이어가 직접 선택해 다양한 방식으로 편집·인화한 극소수의 사진"이라며 지금까지 전시된 작품은 수집가들이 필름을 인화해 만든 대형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이어가 약 50년에 걸쳐 시카고와 뉴욕 등에서 찍은 사진 13만5천여 장은 대부분 인화되지 않은 채 필름 속에 남아있다.

마이어 소장은 "연구진과 학생들이 마이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20세기 미국의 시대상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미술사학자이자 사진 전문가인 조엘 스나이더 교수는 "마이어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카고대학은 올 연말부터 기증받은 마이어 작품을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작가 마이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0년도 되지 않는다. 마이어를 기억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를 성격이 특이했던 유모로 알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이어는 1956년 시카고에 정착, 유모를 생업으로 삼고 시카고 곳곳과 뉴욕을 비롯한 미국 내외 도시를 다니며 거리의 사람들 모습을 앵글에 담았으나 필름 속에 담긴 작품은 생전 공개된 일이 없다.

마이어의 필름과 사진들은 상자에 담겨 유료 창고에 보관돼오다 2007년 창고 임대료 미납으로 경매에 부쳐졌고,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말루프가 2007년 시카고 벼룩시장에서 누가 찍었는지 모르는 필름이 든 상자를 400달러(약 45만 원)에 사들이며 극적인 전환을 맞았다.

말루프는 필름의 원주인을 찾아 나서 어렵사리 소재지를 알아냈으나 마이어가 세상을 떠난 수일 후였다. 이 과정은 말루프가 공동 제작해 2015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까지 오른 시상식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에 그려져 있다.

버지니아 주의 상업 사진작가 출신 변호사 데이비드 딜이 말루프의 권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저작권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 있었으나 지난해 합의로 마무리됐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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