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정 통상하라" vs 中 "첨단제품 수출로 적자 줄이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포괄적 경제대화에서 무역 불균형 문제를 놓고 책임공방을 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폈다.
미국이 '공정한 통상'을 요구하면서 중국 시장접근의 불평등을 해소하라고 압박하자, 중국은 현재 양국 무역불균형은 미국이 자초한 것이라며 대중 첨단제품 수출을 허가해 적자를 줄이라고 맞섰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첫 정상회담때 무역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100일 계획'이 큰 성과없이 종료되고 나서 열린 이번 미중 경제대화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미국 측 대표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경제대화 시작에 앞서 "무역 관계 불균형과 시장 접근의 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를 거론하고 자연스러운 자유무역의 결과가 아니라고 날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초반에 어떤 공방이 있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으나, 중국 역시 강경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중국측 대표인 왕양(汪洋) 부총리는 경제 대화를 하루 앞두고 열린 비즈니스 오찬에서 첨단제품에 대한 미국의 수출규제를 지적하며, "이들 제품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 미국으로서도 대중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중국은 이번 경제대화를 트럼프 대통령의 성의를 검증하는 무대로 여기며 이전 100일 계획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려고 기대했고, 미국은 자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이루길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미국 대학생 웜비어의 사망 사건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도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미중 무역관계와 '연계'시키려 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둬웨이는 왕양 부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미중 무역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대화가 갈등을 즉시 해결할 수는 없을지라도 갈등은 서로의 이익을 반드시 훼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회담 종료후 의제도 공개하지 않고 미중 양국이 기자회견을 취소해 주목된다. 이 때문에 경제대화에서 미중 양국이 팽팽하게 맞서 난항을 겪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미국은 미중 무역관계를 공정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두 매체는 "미국은 관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의 대미수출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기반을 두고 합법적인 자유무역에 따른 것으로, 정치적인 면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매체는 이어 "미국은 중국에 수출을 증대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에 첨단제품 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미국의 장점을 낭비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서 첨단제품을 사고 일부기술을 구매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보잉사 여객기는 중국에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자동차·사치품·농산물 등은 중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자국의 경쟁력 있는 제품에 대해선 수출을 제한하면서 매력이 없는 제품을 중국으로 팔려 하는 것이 현재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의 바이밍(白明) 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흑자의 상당 부분은 중국 내 미국 기업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미국은 여전히 냉전 시대 사고에 빠져 국익을 이유로 대중국 첨단제품 수출 장벽을 쌓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즈친(劉志勤) 중국 인민대 금융연구원 고급연구원은 "미국은 중국에 자본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은행, 금융, 보험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데 중국도 이런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즉각적이고 갑작스러운 외국 자본의 유입은 중국의 현재 시장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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