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극우 인사가 부추겨" 비난…독일·캐나다서도 일어나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무슬림들이 금기시하는 돼지의 머리를 이용해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는 일들이 주요국에서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무슬림 인사들은 극우 정치인들이 자신들과 이슬람을 악마로 만들면서 이런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호주 동부 퀸즐랜드주 주도 브리즈번의 한 이슬람계 사립학교 교문 앞에서는 19일 오전 돼지 머리가 버려져 있었으며 나치문양이 그려진 쇼핑백도 함께 발견됐다고 호주 언론이 20일 전했다.
돼지 머리는 등교 시간 이전에 발견돼 학생들 눈에 노출되지는 않았다.
유치원생을 포함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과정의 학생들이 다니는 이 학교에 이런 행태의 공격이 벌어진 것도 처음이다.
CCTV 조사결과 전날 밤 11시 30분께 남성 몇몇이 차를 타고 와 돼지 머리를 버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학교 측은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상대로 한 이런 행위에 충격적이라며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학교 이사장 대행인 알리 카드리스는 "일부러 충격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과 정치인이 무슬림과 이슬람을 악마화하고 있다"며 "ISIS(IS의 옛 이름)가 선전전을 통해 무슬림에게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한다면, (극우파 연방 상원의원인) 폴린 핸슨과 같은 사람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호주 AAP통신에 말했다.
퀸즐랜드 주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브리즈번에서는 약 18개월 전에도 한 이슬람 사원 밖에서 돼지 머리가 발견된 바 있다.
이처럼 돼지 머리를 이용해 무슬림을 자극하는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의 한 이슬람 사원 건립 예정지에서는 돼지 머리 등 사체를 꽂은 말뚝 9개가 발견됐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두고 반대 시위가 이어져 왔으며, 시위자들은 근처에 큰 기독교 십자가를 세우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 라마단 기간에는 캐나다 퀘벡의 한 이슬람 사원 현관에 돼지 머리가 놓인 일이 발생했다. 이어 이 사원에서는 지난 1월 무슬림을 겨냥한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나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밖에 지난해 8월에는 헝가리 유럽의회 의원이 무슬림 난민들의 입국을 차단하려면 국경에 돼지 머리를 내걸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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