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얼음 공장에 여름휴가는 없다"…폭염에 수요 급증

입력 2017-07-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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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얼음 공장에 여름휴가는 없다"…폭염에 수요 급증

바깥보다 15도 낮아 시원하지만 근로자들 땀방울 송골송골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전남 대부분의 지역에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광주의 한 얼음 공장 근로자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공장 안은 바깥 온도보다 15도나 낮지만, 폭증하는 얼음 수요를 맞추느라 근로자들의 손길은 시원한 냉기를 잊은 채 바쁘기만 하다.

광주 광산구에 있는 얼음공장 호남제빙, 이곳에서는 하루 20t가량의 얼음이 생산된다.

135㎏ 무게의 직사각형 모양의 얼음은 영하 10도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냉동기계 시설에서 만들어진다.

9개의 직사각형 틀에 맑은 생수를 들이 붇고, 영하 7∼8도가량의 온도에서 48∼72시간 동안 얼린다.

이렇게 나온 식용 얼음은 광주와 전남 구석구석으로 배달된다.

여름철에는 영하 10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빠르게 얼음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바깥 온도가 높으면 냉동기계를 최대한 가동해도 영하 7∼8도까지밖에 낮아지지 않아 얼음 제작 시간이 더 걸린다.

냉동기계를 빠져나온 얼음은 틀과 분리하기 위해 냉수 샤워를 한다.

틀에서 나온 얼음에서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냉기가 품어져 나와 주변을 뿌옇게 만들었다.

얼음이 가득한 공장 안은 폭염경보가 내려진 바깥 날씨보다 15도가량 기온이 낮다.

그러나 얼음을 손으로 옮기고 쪼개는 고된 노동 탓에 근로자들의 옷은 땀으로 금세 젖었다.


이렇게 온종일 공장을 돌려도 여름철에는 평소보다 얼음수요가 두 배가량 급증해 이를 감당하기 버겁다.

여름철 얼음 성수기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겨울부터 수십t에 달하는 얼음을 냉동고에 비축해놨지만, 이달 중순에 비축량의 절반이 이미 동났다.

이 공장의 문재선 상무는 "여름 휴가는 꿈도 못 꿀만큼 바쁘게 얼음을 생산하고 있다"며 "가끔 얼음을 구하기 위해 직접 공장을 찾는 시장 상인이나 음식점 업주들을 그냥 가라고 하지 못해 얼음을 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산구의 한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정순덕(65·여)씨도 이날 얼음 공장을 찾아 차량 뒷좌석에 가득 얼음을 실었다.

정 씨는 "여름철 상하기 쉬운 반찬 밑에 얼음을 깔아두면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풍암동 수산시장의 한 상인은 "여름철에는 생선보다 얼음이 더 귀하다"며 "얼음이 없으면 생선이 반나절 만에 상해버린다"고 얼음을 생선 위로 들이부었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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