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 원자력협력 강조하며 협박성 입장 표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과정에서 유럽에서 거둬온 핵폐기물을 협상 지렛대로 가동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에 따라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협약을 파기한 뒤에도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요구를 담은 입장표명 문건에서 방사성 물질 반환을 운운했다.
영국 브렉시트부는 해당 문건에서 "미래에 긴밀한 협력을 지켜가면서 강력히 상호이익을 추구하자"며 "협상이 결렬되면 우리에겐 방사성 폐기물을 원래 배출국으로 돌려보낼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 같은 입장 표명을 한꺼풀 벗기면 EU에는 협박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해설했다.
영국은 현재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등 EU 회원국들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 126t을 자국에 보유하고 있다.
잉글랜드 컴브리아에 있는 국영 셀라필드 공장에서는 사용된 방사성 물질을 1970년대부터 유럽 각 지역에서 받아 재사용 우라늄, 플루토늄, 폐기물로 처리해왔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이런 경고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영국과의 협상 때 핵폐기물 문제에는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전문가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협상이 틀어지면 플루토늄을 가득 실은 배 한 척이 벨기에 앤트워프 항에 들어오는 것으로 상황이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리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1957년부터 유럽원자력공동체의 일원이었다.
브렉시트에 따라 2019년 3월 EU에서 탈퇴하고 원자력공동체를 떠날 때도 계속 이 부문에서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
민간에서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들은 원자력공동체 협약의 규제를 받는다.
일부에서는 영국이 EU와 새 협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원자로, 핵연료, 암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등의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하원은 대체 규제기관이 없으면 전력공급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영국 정부에 유럽원자력공동체 탈퇴를 보류하라고 지난 5월 촉구했다.
그러나 EU는 영국 정부가 원자력 협약을 꺼내기 전에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권한부터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맞서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주권 회복을 외치며 선언한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에서는 영국 법원이 ECJ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그만큼 영국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서 나온 엄포가 핵폐기물 반환인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EU의 한 외교관은 영국의 전략을 협박으로 받아들이며 "해안경비대를 준비시켜야 할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는 "협상 초점이 방사성 물질의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법적 소유권이 될 것"이라며 "일단 소유권 문제가 해결된 방사성 물질은 그 소유국과 영국이 상업적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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