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방산업체 핵심인력 흡수해 회사 신설…3년간 급속성장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KAI 협력업체 중 한 곳의 설립 과정에 하성용 전 사장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해 이 업체가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20일 검찰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KAI 협력업체 T사와 Y사로부터 확보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디지털 자료, 관련자 휴대전화를 분석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T사와 Y사를 포함한 KAI 협력업체 5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중견기업인 Y사는 군수 항공기는 물론 민간 항공기의 핵심 부품 및 동체를 가공·조립하는 KAI의 핵심 협력업체다. T사 역시 수리온 등 헬기의 전자장비를 생산하는 핵심 협력체 중 한 곳이다.
검찰은 앞선 내사 과정에서 2013년 말 T사 설립 과정에 KAI와 하 전 사장이 깊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 배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T사는 KAI의 협력업체였던 W사의 핵심 연구인력들이 모여 세운 업체다. W사가 2013년 9월 경영난으로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되고 폐업 위기에 내몰리자 W사 방산 기술인력만 따로 모아 새 회사를 차리고 KAI와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자본금 투자에는 KAI 협력업체인 Y사의 대표 A(59)씨와 하 전 KAI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모(62)씨가 참여했다. A씨와 조씨는 T사 지분을 83.3%, 16.7%로 나눠가졌으며, 등기상 대표이사는 조씨가 맡고 있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의 지인이 회사를 떠안은 점을 고려했을 때 지분 투자 배경에 하 전 사장의 영향력이 크게 미쳤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T사의 초기 매출액은 2014년 39억원에 그쳤으나 2015년 50억원, 2016년 92억원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KAI에 대한 발주 물량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T사에 고급 연구개발 인력이 포진한 점에서 연구비를 부풀려 빼돌리는 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제 압수수색을 마친 단계여서 어떤 기종에서 연구비 내지 부품 단가가 부풀려졌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며 "이 밖에도 경영상 비리 전반에 관해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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