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향한 욕망의 한복판…사랑의 조건을 묻다

입력 2017-07-20 16:19  

외모 향한 욕망의 한복판…사랑의 조건을 묻다

정아은 장편소설 '맨얼굴의 사랑'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외모 때문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창이어서 무시할 수 없죠. 하지만 외모만 강조되면 스스로 후회하거나 서로에게 상흔이 남을 수도 있어요. 너무 무시할 수도, 중요시할 수도 없는 거죠."

정아은(42)이 장편소설 '맨얼굴의 사랑'(민음사)을 냈다. 작가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모던 하트'(2013)에서 출신 대학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줄 세우는 학벌주의를, '잠실동 사람들'(2015)에선 사교육을 통한 계급상승의 욕망을 그렸다. 세 번째 장편에서도 속물성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을 주무대로 삼는다. 몸과 얼굴을 뜯어고치는 성형외과 병원이다.

주인공 이서경은 걸그룹 멤버로 데뷔했다가 실패하고 연예계 주변을 맴돌았다. 지금은 드라마 작가를 꿈꾼다. 소재를 찾기 위해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성형외과 의사 조성환과 동거하게 된다. 처음엔 자신이 쓸 드라마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곧 조성환에게 사랑을 느낀다. 조성환의 소개로 병원 상담실장으로 취직도 한다.

조성환은 16층짜리 건물에 들어선 성형외과 병원의 원장이지만, 볼품없는 외모에 한쪽 다리가 불편하고 알코올중독마저 있다. 이서경을 사로잡은 건 미셸 푸코의 철학책을 탐독하는 지성과 매사 사려 깊은 언행이었다. 이서경은 그러면서도 조성환과 뚜렷이 대비되는 인물, '아시아 최강 매력남'이지만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한류스타 강재희와 육체적 만남을 이어간다.

청담동 고급 빌라에 살며 마음껏 신용카드를 긁어주는 조성환은 그러나 어딘지 슬픈 비밀을 간직한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조성환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병원이 사실은 수억 원대 빚을 지고 있고 청담동 빌라에서도 쫓겨날 처지임을 이서경은 알게 된다.






작가는 일부일처제의 바탕이 되는 배타적 사랑에 물음표를 던져보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걸 인생의 완성처럼 여기잖아요. 하지만 인류학 연구를 보면 부족 단위로, 두세 명의 후보군과 함께 살아가는 곳도 있어요. 그런 게 사람에게 덜 잔인하지 않을까요. 배우자가 사망하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하고, 사람 마음은 흘러가잖아요. 이서경이 딱히 어떤 인물을 사랑했다기보다는 마음에 오가는 복합적 감정들을 그렸어요."

성형외과는 주변의 이목을 끄는 눈과 코와 가슴을 갖기 위해,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상담을 받으러 드나드는 역설적 공간으로 그려진다. 내면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 외모와 정신세계 모두 정반대 지점에 있는 두 남자를 통해 작가는 한쪽으로 치우진 현대사회의 욕망에 균형잡기를 시도한다.

작가는 "오늘과 지금을 부정하고 초월을 향해 나아가는 것보다는 현실에 발 담그는 이야기가 끌린다"며 "다음 작품은 '스타'에 대해 쓸 것 같다"고 말했다. 428쪽. 1만4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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