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회장·조폭에 '황제 수감' 특혜 준 경찰 간부 징계 마땅

입력 2017-07-21 07:05  

그룹 회장·조폭에 '황제 수감' 특혜 준 경찰 간부 징계 마땅

유치장 사전 출감·지연 입감 등 편의…립스틱 세트 등 선물 수수

해임되자 소청해 '강등'으로 감경…행정소송은 패소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특가법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된 그룹 회장에게 이른바 '황제 수감' 등의 특혜를 베풀어 논란이 된 경찰 간부의 징계는 마땅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행정 2부(정성균 부장판사)는 강등 등의 징계처분을 받은 A씨가 강원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21일 밝혔다.

도내 모 경찰서 과장급 간부였던 A씨는 2015년 9월 특경법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유치장에 수감 중인 모 그룹 회장 B씨에게 수차례 접견 특혜를 주는 등 유치인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

당시 A씨는 B씨의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변호인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출입감지휘서를 작성, B씨가 유치장에서 미리 출감하도록 했다.

변호인 접견은 대부분 별도의 접견실이 아닌 A씨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변호인이 되돌아간 뒤에도 B씨는 곧바로 유치장으로 가지 않고 A씨의 사무실에 한동안 남아 있었다.

변호인 출석 전 사전 출감 5차례, 접견 후 지연 입감도 6차례나 됐다.

A씨가 접견을 전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쉴 수 있도록 B씨에게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경찰 감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B씨가 유치장에 수감된 기간인 그해 5월부터 10월까지 B씨의 그룹 계열사에서 제조·판매하는 빵과 롤케이크를 비롯해 립스틱 세트 등 137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아 청렴의무와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접견 특혜는 그룹 회장뿐만 아니라 조직폭력배 행동대원에게도 제공됐다.

A씨는 관리대상 조직폭력배 행동대원 C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자 그해 9월 출입감지휘서 없이 수차례 출감시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족 등을 면담하도록 했다.

이밖에 6명의 유치인을 출입감지휘서 없이 임의로 출감시켜 자신의 사무실에서 면담한 일도 드러났다.


일반 유치인의 경우 변호사 접견과 가족 등 면담은 출입감지휘서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된다.

특히 변호인 접견은 접견실 이외에 기타 장소도 가능하지만, 가족 등의 면회는 칸막이가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유치인 관리 규정 등을 위반한 A씨를 지난해 2월 해임하고, 수수액인 137만원의 2배에 해당하는 징계부가금 부과를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같은 해 6월 소청심사에서 '강등(경감→경위)' 처분으로 한 단계 감경에 그치자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A씨는 "B씨의 변호인이 접견시각보다 늦게 왔을 뿐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니고, C씨도 직무상 판단에 따라 접견을 허가했다"며 "나머지 유치인의 출입감지휘서가 작성되지 않은 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규정 위반 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고 유치장 수감 중인 수사 대상자로부터 직무와 관련해 립스틱 세트 등을 받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의 징계처분이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 평가할 수 없다"며 "오히려 징계 기준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만큼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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