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간 리커창 436회…후진타오 집권 마지막해 보다 많아
올가을 지도부 개편 앞둔 시진핑 권력지표…'1인 체제' 가속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지난 2012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시 주석의 이름과 구호, 정책들이 중국 관영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통신은 첸강(錢鋼) 홍콩대 뉴스미디어연구센터 주임의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이는 올가을 지도부 재편을 앞둔 시 주석의 권력 지표이자 중국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人民日報)를 보면 지면 곳곳에 시 주석의 이름이 나와 전임자들과의 비교를 무색하게 했다. 시 주석의 이름이 나온 횟수는 매년 늘어나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마지막 임기 때보다도 많았다.
특히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면서 시 주석 이름의 언급 횟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시 주석은 '핵심'이란 수식어를 달면서 사실상 1인 지도체제를 굳히는데 성공했다.
올해 들어 지난 6개월간 인민일보가 기사에서 언급한 시 주석의 이름은 모두 2천902차례로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집권 마지막 해 1년간 언급된 이름 횟수보다 훨씬 많았다. 중국 권력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이름이 나온 횟수는 같은 기간 436회에 그쳤다.
지난 1946년 이후 인민일보 기사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는 첸강 주임은 "시진핑 주석처럼 이렇게 자주 신문 지면에 이름이 오른 정치인은 찾아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마오쩌둥(毛澤東) 집권시절과 그의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공산당 정책을 선전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내건 구호는 덩샤오핑(鄧小平) 시절 개혁개방을 부르짖은 '개혁심화'란 구호보다 더 많이 언급됐다.
첸강 주임은 "과거 중국의 영광을 되찾자는 '중궈멍(中國夢·차이나드림)'은 시 주석 집권 첫해 가장 많이 언급된 구호였다"면서 "그러나 지나친 산업 용량을 축소하자는 구호인 '공급자측 구조개혁'에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도 관영 언론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계기로 선전에 열을 올리면서 '일대일로'란 구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문화대혁명 당시 가족이 정치적 박해를 받은 시 주석은 마르크시즘 교육과 마오쩌둥식 정치 캠페인의 부활을 경계했다. 따라서 시 주석 집권 이후 '계급투쟁'이나 '반사회주의', '외세의 영향' 등 과거 정치적 혼란과 연계된 문구가 다시 등장해 지난 4년간 인민일보 기사에 이런 용어들이 1만133회 언급돼 전임 정권 같은 기간에 비해 19%나 증가했다.
반면 정부 자유화나 정치변화와 관련된 용어의 사용은 감소했다. '정치체제 개혁'과 '당내 민주화' 사용 횟수는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 마지막 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2015년에는 언급 횟수가 1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또한 당내 엘리트들 사이에서 업적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마오쩌둥의 언급 횟수는 시 주석 집권 기간 덩샤오핑 이름 언급 횟수에 비해 30% 정도 증가했다. 이는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 2기와 비교하면 완전 역전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실용적이고 집단주의적 접근법을 구사한 덩샤오핑에 비해 이념성이 강하고 개인적 리더십을 발휘한 마오쩌둥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방 언론의 이러한 분석은 중국 중앙(CC)TV가 17일 저녁 8시 황금시간대부터 '개혁은 어디까지 진행되나'(將改革進行到底)'란 제목의 정치 다큐멘터리 시리즈 방영을 개시하면서 시작되고 있다.
17일부터 하루 한 편씩 방영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모두 10부작으로 '시대의 질문', '신창타이(新常態) 경제발전으로의 인도', '사회 공정정의의 유지', '강군(强軍)의 길' 등 시 주석 집권 이후 이룩한 개혁의 성과를 다룬 정치 선전물이다.
이에 대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업적을 찬양하는 강도가 전임 주석들에 비해 훨씬 강하다고 평가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시절에는 그의 '3개대표(三個代表)' 사상을 소개하는 비슷한 정치 다큐멘터리가 있었으나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집권기엔 개인의 권위를 내세우는 이런 부류의 정치 다큐물이 없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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