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원 "대가와 우연한 '만남'…연주에 스며드는 희열 느꼈죠"

입력 2017-07-20 17:24   수정 2017-07-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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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원 "대가와 우연한 '만남'…연주에 스며드는 희열 느꼈죠"

그래미 수상 美 프로듀서 케냐타·피아니스트 한충완과 '만남2' 앨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만남이란 단어에 설레는 것은 때론 우연이란 변수가 깃들어서다. 약속된 대면도 있지만 뜻밖의 대상과 맞닥뜨리게 되는 예상하지 못한 인연도 있는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권진원과 미국 프로듀서 겸 색소포니스트인 카마우 케냐타,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의 만남도 우연이었다.

이 우연은 음악적인 결과물로 빚어졌고 '권진원&만남 2'란 앨범으로 음악 팬들과 만나게 됐다. 권진원이 만든 곡을 한충완과 케냐타가 편곡하고 연주하며 어우러졌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권진원은 "계획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아니었다"며 "영어 단어 중 '뜻밖의', '예상치 못한'이란 의미가 담긴 '콘택트'(Contact)나 '인카운터'(encounter) 같은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인 권진원과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음악과 교수인 케냐타의 첫 만남은 지난해 가을 두 대학의 교류 차원에서 시작됐다. 케냐타는 재즈 보컬 그레고리 포터의 프로듀서이자 색소폰 연주자로 그래미상을 두 번 수상한 관록의 뮤지션이다.

서울과 샌디에이고에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은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서로 다른 공간의 사람들이 마치 같은 방에 있는 듯 영상을 통해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를 통해 대화하고 연주하며 노래했다.

권진원은 이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이 사랑이 흐르네'(Music&Love)를 만들었다.

'그곳에 이곳에 우리의 음악이 흐르네/ 사랑이 흐르네/ 태양 빛 달빛/ 우리가 있는 곳 다르네/ 아주 멀리 있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마주보며/ 믿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고/ 하나의 꽃송이를 피워내듯/ 우리는 하나의 노래가 되고~.'('음악이 사랑이 흐르네' 중)





함께 녹음 작업이 진행된 것 역시 서울예대가 올해 1월 케냐타를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케냐타에게 샌디에이고의 달빛, 서울의 태양 빛이 흐르는 가운데 우연히 만난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고 했죠. 모티브는 우리의 이야기였지만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라고 녹음을 제안했더니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오케이'를 했어요. 이때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한충완 교수도 함께 만났는데 두 분도 마음이 잘 통해 셋이 해보기로 했죠."

어쿠스틱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음악이 사랑이 흐르네'는 한충완과 케냐타의 편곡을 거치자 1950~60년대 솔(Soul)풍의 팝 재즈로 탈바꿈했다. 기타, 드럼, 베이스 등의 연주는 실력을 인정받는 서울예대 졸업생들이 맡았다.

권진원은 "편곡을 거치자 60세가 넘은 케냐타 교수가 과거 활동하던 시절 영향을 받은 솔 뮤직의 느낌이 고스란히 배었다"고 소개했다.

당초 한 곡을 녹음하려 했지만 성취감을 느낀 세 뮤지션은 두 곡을 추가했다.

권진원의 6집 '나무'에 수록된 '아리랑'을 케냐타와 한충완이 재즈로 새롭게 편곡했다. 이 곡은 '텔레프레즌스' 당시 즉흥 연주하며 호흡을 맞췄던 곡으로 6집 때보다 감정이 증폭된 권진원의 솔 보컬이 동서양 악기의 선율을 타고 깊은 울림을 준다.

또 한충완이 작곡한 '단풍'은 한충완의 피아노와 케냐타의 색소폰이 마치 내밀한 대화를 나누듯 연주곡으로 완성됐다.

각기 다른 트랙이지만 세 곡에는 보편적인 정서가 흐르는 교차점이 있다.

권진원은 "'아리랑'은 이별, '단풍'은 인생길, '음악이 사랑이 흐르네'는 사랑이 테마"라며 "모두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깃든, 사람을 위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업을 통해 느낀 감정은 무척 특별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에서 태어난 음악과 접할 때의 희열이 컸어요. 연주 안에 제가 스며드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죠. 마치 다른 체험을 한 느낌이었어요. 음악은 우리에게 하나의 언어였어요."

케냐타도 권진원에게 "두 연주자와 만난 것은 나의 창의적인 삶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였다. 우리가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고, 우리의 음악이 힘을 보여줄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전해왔다.

2014년 한충완, 해금 연주자 강은일과 함께 옛 선비들의 글을 음악으로 풀어낸 앨범 '만남'을 발표했던 권진원에게 또 다른 만남이 이어질지 묻자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케냐타란 대가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 못 했듯이 지금처럼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 누군가를 찾아서 만날 수도 있겠죠. 그런 기대감이 있을 때 설렐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 만남이 늦어지더라도 자신은 사람을 위한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겠다고 소신을 강조했다.

그는 "내 음악이 누군가에게 닿을 때는 그 사람의 세포 어딘가에 기록된다"며 "노래를찾는사람들 시절처럼 잃어버린 삶의 소중한 가치를 찾는 뮤지션으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겠다"고 말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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