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에 타격…조기총선 가능성도 배제 못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집권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소수 우파 정당 소속의 장관이 정부 정책과 개인 소신의 충돌을 이유로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주류 우파 정당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이번 사퇴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엔리코 코스타 지방행정자치부 장관은 19일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에게 보낸 사직서에서 "내 직무와 개인적 철학의 충돌을 알아차리는 동료들을 더 이상 못본 척 할 수 없다"며 "정부에 문제를 일으키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장관직에서 물러나 내 소신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젠틸로니 총리는 그의 사직서를 즉각 수리했다.
물러나는 코스타 장관은 안젤리노 알파노 외교장관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인 대중대안(AP)의 주축 정치인으로 마테오 렌치 전 총리 그의 뒤를 이은 젠틸로니 총리 내각에서 잇따라 지방행정장관직을 맡았던 인물이라 그의 사퇴는 집권 민주당에 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과 정부의 형벌 시스템 개정 등에 공공연히 반대하며 정부와 엇박자를 내왔다.
그는 AP가 다시 전진이탈리아(FI)와 통합해야 한다고 최근 촉구한 바 있어 AP를 탈당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품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FI와 반(反) 난민 성향의 극우정당 북부동맹이 주축이 된 우파정당 연합은 지난 달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만약 AP 소속 의원들이 그의 뒤를 이어 줄줄이 탈당해 FI에 합류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집권 민주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져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총선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P는 알파노 장관이 2013년 민주당 소속 엔리코 레타 전 총리를 지지하며 FI에서 갈라져 나와 창당한 정당이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우파 정당이 분열하지 않고, 대동단결하면 내년 총선에서도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민주당,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과 치열한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총리직 복귀를 노리는 렌치 전 총리는 코스타 장관의 사퇴로 상황이 달라질 것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코스타가 속한 정당 AP와 민주당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예정대로 내년 초에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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