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입력 2017-07-21 06:00  

[인터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화해·치유재단 사업 재검토,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건립과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정 장관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떠오른 여성혐오 문제와 관련해 "서로 오해가 발생하게 된 맥락을 이해하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할 건지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며 "'여성혐오 TF'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신종 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 신종 젠더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기 위해 가칭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확대·재생산되기 쉬운 몰래카메라 촬영물과 개인의 성적 영상물 등 디지털 기록이 유포된 피해자에게 상담 및 유포 기록 삭제비용 지원을 추진하겠다. 데이트 폭력은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상당하다. 대개 스토킹으로 시작해 폭력·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만간 법무부가 발족하는 스토킹처벌법제정위원회에 참여한다. 스토킹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자 보호·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다.

-- 1인 가구는 그동안 국가정책에서 소외됐다. 비혼·동거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 현재 가족정책의 근간인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될 때 시민단체에 있으면서 반대했었다. 전세계적으로 법 이름에 가치 개념을 붙이는 경우를 찾기 힘들고, 건강이라는 말 자체가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기 때문이다. 올해 말 국회 제출을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에서 나아가 1인 가구, 사실혼으로 이뤄진 가족, 동거가구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포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 1인 가구를 위해 사회안전망 구축하고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 남북한 여성교류에 앞장서온 통일문제 전문가다. 탈북여성 관련 정책을 강화할 생각은.

▲ 여가부가 지금까지 탈북여성 관련 정책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탈주민 3만명 중 여성이 70%를 넘는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에서의 직업을 남한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분단 시절 독일이 그렇게 했다.

-- 여성혐오에 대응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린다고 했는데.

▲ 젠더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혐오, 상대 성에 대한 비난은 쓸모없는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오해가 발생하게 된 맥락을 이해하면 해소될 수 있고 여가부가 들여다봐야 한다. 혐오가 어떤 맥락에서 발생하는지, 갈등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지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여가부는 기사에 악성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부처다. 여가부 역할과 기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혐오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건지 검토를 시작한 단계다. '여성혐오 TF'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 화해·치유재단 사업에 대한 검토는 시작했나.

▲ 재단 자체 이사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돼 있다. 여가부가 재단에 의견을 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12·28 합의와 화해·치유재단 설립 자체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이뤄졌고 그런 면에서 재단에 대한 객관적 조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 문제점이 발견되면 해산을 요구할 생각이 있나.

▲ 일단 외교부와 논의해야 하고 10억엔이라는 돈을 낸 일본과도 전혀 논의를 거치지 않고 결정할 수는 없다. 12·28 합의에 대한 외교부 자체 조사와 화해·치유활동에 대한 조사가 함께 이뤄져야 '크로스체크'가 된다.

--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는 어떻게 추진하나.

▲ 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간 문제만이 아니라 이미 국제적 이슈가 됐다. 한국 정부가 잘못 정리하면 국제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 촛불로 등장한 개혁 정부의 역할과 처리 과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과 다시 논의하는 것과 별도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다음 단계 작업이 유네스코 등재다. 지금도 내란을 겪는 아프리카에서는 군사주의에 의한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우리의 과거 경험이 유네스코에 등재돼야 한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돌아가시고 남아있는 기록이 훼손되기도 한다. 여가부가 프로젝트 형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

-- 위안부 박물관도 설립한다고 했는데.

▲ 일본과 협상을 재개해서 논의하는 게 현실적·시간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 의지를 모아 박물관을 설립하는 게 적절하다. 지금처럼 적절한 시기가 없다. 그동안 추진해온 국립여성사박물관이 전체적으로 무산돼 다시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군 위안부 박물관과 여성사박물관을 병행해서 추진하겠다. 박물관 설립과 유네스코 등재는 12·28 합의 이후 피해자들과 운동단체의 실망감과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 전 정부에서 무산된 위안부 백서도 역사적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두고 연구진 사이에 이견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앞부분은 오히려 우리가 잘 모르던 강제동원과 관련된 팩트와 자료들을 꼼꼼하게 치열하게 정리했다. 여가부 재정을 투입해 연구자들의 성과로 나온 보고서를 사장시킬 수는 없다. 백서형태로 할지는 검토하고 연구자들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 성별 임금격차 해소 방안은.

▲ 성별 임금격차는 여성의 고용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41.1%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5.5%에 불과하다. 여기서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성평등임금공시제는 고용주들에게 압박이 될 것이다. 이런 정책에 얼마나 힘이 실리느냐가 중요하다. 차관을 단장으로 좋은 여성일자리 늘리기 기획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여성 경력단절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받는 여성의 80% 정도가 취업하고 상용직으로 많이 간다.

-- 성매매여성 비범죄화에 대한 입장은.

▲ 성매매여성 비범죄화는 작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불가능해졌다.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여가부는 성매매여성들이 어떻게 성매매에서 벗어나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성매매 비범죄화는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가 있는 곳에는 인권침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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