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대] 지금 대학가 화두는 '죽느냐, 사느냐'(상)

입력 2017-07-21 11:35   수정 2017-07-21 11:38

[위기의 지방대] 지금 대학가 화두는 '죽느냐, 사느냐'(상)

내년부터 고교 졸업생·대학 정원 역전…입학생 확보 본격 경쟁 돌입

재정확보 비상·대학 간 합종연횡 가속화…부작용 우려도 팽배

[※ 편집자 주 = 대학이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2023년이면 대학 진학자 수가 40만 명 밑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입학절벽'을 맞게 됩니다. 대학들은 입학생 감소에 따른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대학 간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혈안입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대학과 비교해 모든 여건이 열악한 지방대학들은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위기에 처한 오늘의 지방대학 현실과 생존전략 등을 2꼭지에 걸쳐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원도 한 전문대학은 올해도 가까스로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재정 확충방안 마련과 구성원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이다.

등록금을 8년간 동결한 데다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을 신청하고자 매년 약 40∼50명 인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입학정원에 따른 등록금 수입은 매년 감소하는 데 비해 인건비, 용역비, 시설비는 해마다 올라 적자는 커지고 있다.

2018년부터는 최저 시급도 오르고 입학금마저 인하하거나 동결된다면 9억원 안팎의 재정 손실이 생겨 등록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적자 구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고민은 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지역 전문대학 대부분이 처한 현실이다.


4년제 대학이라도 이런 걱정에 벗어날 수 없다.

부산 한 대학은 지난해 4월 교육부가 주관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에서 탈락, 멘붕에 빠졌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춰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구조개혁 사업이다.

교육부는 이 사업 대형 부문에 선정된 대학에는 매년 150억원 3년간 450억원을 지원한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재정지원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다.

이 대학은 지금의 재정위기를 타개하려면 프라임 사업 유치가 시급하다고 판단, 학과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는 등 거의 1년에 걸쳐 사업계획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사업에 탈락하면서 대학 구조개혁과 재정확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 대학을 비롯해 프라임 사업에 탈락한 부산지역 3개 대학은 다른 재정 타개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광주시의 또 다른 대학은 입학 후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편입 학생문제로 골머리를 않고 있다.

지난해 겨우 99.8%의 충원율을 보였지만 입학 후 편입으로 빠져나가는 비율이 30%에 이를 만큼 재학생 이탈이 심각하다.

재학생을 잡기 위해 장학금 지급을 늘리고 학생 5∼7명당 지도교수 1명을 지정해 개인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학생들의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역 마이너 대학의 공통된 고민거리이다.


◇ 2020년부터 정원미달 속출…문 닫는 대학 현실화 우려

전국의 지역 대학이 생사기로에 섰다.

직접적인 이유는 입학생 급감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대입정원과 고교졸업자 수의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2020년 이후 초과 정원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원미달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63만 명이던 고교졸업자 수는 10년 뒤인 2023년에 40만 명 선 아래까지 떨어져 이른바 '입학절벽'을 맞는다.

정원 축소 등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을 닫는 대학이 부지기수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입생 확보도 문제지만 입학 후 학생을 붙잡아 두는 노력도 중요해졌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재학생을 언제든지 다른 대학에 빼앗기는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강원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입학생 확보도 어려운 데 입학 후 편입이나 반수 등을 거쳐 다시 수도권 대학으로 가려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지역 대학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이제는 입학생 충원율보다 재학생을 붙잡아 두는 게 더 시급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입학절벽' 시대를 맞아 지역의 대학, 그중에서도 학생 납입금이 주 재원인 사립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반 대학의 충원율은 2000년 102.2%에서 2015년 99.09%로, 전문대학은 108.1%에서 98.9%로 각각 떨어졌다.

지금의 입학생 감소 추세대로라면 2020년 이후에는 대학의 초과정원이 급격히 늘어나 대부분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문을 닫는 대학이 무더기로 나올 수 있다.



◇ 재정지원 사업 유치에 사활…무분별한 결합 부작용 지적도

교육부는 입학절벽 시대를 예상하고 2014년부터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했다.

2014∼2016년 입학정원 4만 명 감소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2019년까지 5만 명, 2020년부터 2022년까지 7만 명 감축을 목표로 잡았다.

정원 감축은 프라임 사업 등과 같은 재정지원사업, 대학 내 구조개혁 등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는 재정지원사업은 프라임 사업을 비롯해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사회 맞춤형 산학협력 선도사업(LINC), BK21 플러스, 코어사업(CORE·인문역량 강화), 특성화 전문대학육성사업 등 다양하다.

재정지원사업을 받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부산 4년제 한 대학 관계자는 "교수들이 연구보다는 재정지원 사업 유치를 위한 사업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재정 사업 유치 못지않은 것이 입학생 유치와 다른 대학으로 편입학을 막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동학점제나 도서관 공유 등 공동 캠퍼스 사용 협약을 맺어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지역을 묶는 대학 간 연합과 대학설립 목적이 같은 대학끼리 합종연횡도 이뤄지고 있다.

부산대를 비롯해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는 지역별로 국립대 연합대학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대학 간 결합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노조는 "전국 거점 국립대의 연합체제 추진 등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편승해 자기들끼리만 살아남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연합대학 정책은 재정지원 수단을 동원해 대학을 줄 세우고 길들여 고등교육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김재선 박영서 양영석 기자)

ljm70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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