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임동현·장혜진 "올림픽 첫 3관왕도 양궁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 종목 추가에 3관왕 탄생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국의 올림픽 '메달밭'인 양궁에서 지난달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부터 양궁 혼성 단체전을 세부 종목으로 추가한다는 것이다.
낭보가 전해지고 나서 며칠 되지 않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양궁 월드컵 3차 대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임동현(31·청주시청)과 장혜진(30·LH)이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혼성 금메달을 거머쥐고 돌아왔다.
내달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 4차 대회를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한창 훈련 중인 두 선수는 올림픽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종목이 하나 더 추가된 것에 반가움을 표했다.
"메달이 하나 더 생기면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쁘죠. 또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2관왕이 최대였는데, 3관왕이라는 목표도 생기고요. 선수로서는 좋은 일입니다."(장혜진)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생기고 2관왕, 3관왕 선수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 되겠죠."(임동현)
우리나라의 올림픽 첫 2관왕도 양궁에서 나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김수녕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차지한 이후 조윤정, 김경욱, 윤미진, 박성현, 기보배, 그리고 장혜진 등 여자 궁사들이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신궁 계보를 이었다.
남자 양궁 구본찬과 사격 진종오 등도 올림픽 2관왕 대열에 합류했으나 아직 하계올림픽 단일 대회에서 3관왕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혼성이든 단체전이든 개인별로 쏜 점수를 합산하는 것인 만큼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임동현과 장혜진은 혼성이 개인전이나 단체전과는 또다른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은 혼자 잘하면 되는 거고, 3명이 하는 단체전은 1명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남은 2명이 커버해줄 수 있는데, 2명이 하는 혼성은 각국에서 예선 성적 좋은 선수들이 붙는 것이라 방심할 수 없어요. 각국에 1, 2명 정도는 우리와 수준이 비슷한 선수들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개인적으론 개인전이나 단체전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임동현)
"결과에 대해 짐작하기가 힘들어서 더 부담이 가는 것이 혼성 종목이에요. 단체전에서는 다른 나라에 못 하는 선수들이 한둘씩 있게 마련인데, 혼성은 그런 변수가 없으니 압박감도 심하고요."(장혜진)
올림픽에 앞서 혼성 종목을 정식으로 채택한 다른 국제대회에서 각국은 보통 혼성 출전 선수를 미리 정하지 않고 개인 예선전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남녀 선수를 짝을 지어 출전시킨다.
이번 미국 월드컵에서도 장혜진과 임동현이 예선 성적이 가장 좋아 혼성조로 결정된 것이었다.
어느 선수와 한 조가 될지 미리 알 수 없으니 사전에 호흡을 맞춰보지 못한다는 것도 혼성 종목의 큰 변수다.
임동현은 "선수마다 선호하는 발사 순서가 있는데 만약 먼저 쏘는 걸 선호하는 선수들끼리 혼성에서 만나면 애매해진다"고 설명했다.
여러모로 쉽지는 않지만 올림픽 첫 3관왕의 영광은 욕심나지 않을 수 없다.
도쿄올림픽까지는 아직 3년이 남았고, 올림픽보다 더 치열한 국내 선발전도 치러야 하지만 통산 2개씩의 올림픽 메달을 가진 두 선수 모두 각오는 남다르다.
2004, 2008, 2012년 세 차례 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국제무대를 오랫동안 평정하다 2014년 대표팀 탈락의 후유증으로 슬럼프를 겪었던 임동현이나, 뒤늦게 빛이 발해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장혜진 모두 벌써 3년 후 도쿄까지를 내다보고 있다.
"오랫동안 양궁을 하면서 국가대표라는 것에 저도 모르게 집착하게 된 것 같아요. 한번 미끄러지니까 올라오는 방법을 몰랐죠. 3년이라는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공백기 동안 많은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 될 수 있는 도쿄올림픽까지 3년이 남았는데 지난 3년 공백기를 생각하면 예전 같은 조급함 없이 편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장혜진)
"혼성 종목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혼성 메달을 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2020년 도쿄에서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에 도전하고 싶습니다."(장혜진)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