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2명·10대 1명 추가 사망…주유엔 외교관, 정부 시위진압에 반발 사임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김연숙 기자 =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 도중 20대 청년 2명과 10대 청소년 1명이 숨졌다.
이로써 약 석 달 넘게 이어진 격렬한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 속에 100명이 숨졌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지만 친정부 시위자, 길 가던 구경꾼, 약탈자 등도 포함됐다.
AP, AFP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검찰은 이날 총파업과 함께 벌어진 반정부 시위 도중 수도 카라카스 교외인 로스 테케스 지역에서 24세 남성이 숨지고 3명이 다쳤으며, 발렌시아에서도 23세 남성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숨진 24세 남성이 총탄에 맞았다고 밝혔으나 누가 쏜 총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15세 소년이 서부 술리아 주에서 반정부 시위를 지켜보다가 사망했지만, 검찰은 정확한 사고 상황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개헌을 저지하기 위해 야권과 지지자들이 24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이와 함께 카라카스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정부 측과 충돌이 발생했다.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는 서로 투석전을 벌였고, 보안군은 반정부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발사해 진압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경찰서에 불을 지르거나 국영 방송사 VTV 본부에 돌을 던지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 등으로 지난 4월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오는 30일 개헌을 위한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할 태세다. 야권과 국제사회는 우파가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고 독재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술수라며 개헌 시도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이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할 경우 신속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민간 피해가 늘어나면서 마두로 대통령에 반기를 든 정부 인사도 나오고 있다.
이사야 메디나 주유엔대표부 베네수엘라 공사참사관은 정부의 인권침해 행위에 반발, 사임했다.
그는 이날 배포된 영상에서 "조직적으로 시위자들을 공격하고 표현의 헌법적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정부의 일원으로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파엘 라미레스 주유엔 베네수엘라 대사는 트위터에서 "메디나 참사관은 더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부정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그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1일 미국 뉴욕에서 사무엘 몬카다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개헌 강행 계획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반정부 시위 발생 초기부터 베네수엘라에 폭력 사태를 중단하기 위한 대화와 합의를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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