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처리 더욱 어려워질 듯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 상원의 중진인 존 매케인 의원(공화·애리조나)이 뇌종양 진단을 받아 입원하면서 그의 공백으로 워싱턴 정가의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매케인 의원의 병환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가 다시 의정에 복귀하지 못할 경우 정치 일정에 미칠 파장에 워싱턴 정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매케인 의원이 그동안 초당적인 존경을 받아왔다고 지적하면서, 그의 뇌종양 진단이 알려진후 의회가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당장 여당인 공화당이 걱정이다. 상원에서 근소한 차로 다수를 유지하는 공화당은 그가 자리를 비울 경우 이미 논란 속에 휘청거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주요 법안들의 처리에 어려움이 가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이 자리를 비우면서 공화당은 상원에서 51석으로 줄어들게 됐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호법과 세제개혁법안 등 주요 법안들의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또 매케인 의원이 맡은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이 공백 상태가 되면서 그동안 군비증강을 주장해온 의회 내 목소리도 줄어들 전망이다.
매케인 의원이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균형적 역할도 관심사이다.
매케인 의원은 러시아 내통 스캔들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의회 내에서 강력한 반(反)러시아 노선을 주도해왔다.
또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몇 안 되는 의원으로 그동안 주요 동맹들을 찾아다니며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적 외교정책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외교에 미국의 핵심 가치인 인권이 빠졌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미기업연구소(AEI)의 놈 온스타인 연구원은 매케인 의원이 존중받는 원로 정치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의 비판이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큰 반향을 일으켜왔음을 지적하면서 "그의 공백이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트렌트 로트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만약 매케인 의원이 와병으로 집무 능력이 의문시 될 경우 의회 내 대(對) 러시아 강경 그룹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린지 그레이엄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나 지난해 대선후보였던 마르코 루비오 의원(플로리다) 등이 반(反)러시아 노선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루비오 의원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면서까지 반러 입장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컨설턴트인 맷 매코위억은 매케인 의원이 주력해온 노선을 물려받은 또 다른 세대의 정치인들이 있다면서 매케인 의원의 공백이 의원 한 사람에 의해 채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 부자(父子) 행정부에서 모두 봉직했고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로버트 졸릭은 두툼한 배포로 사람들을 결집하고 항상 미국의 핵심 목표를 상기시켜온 매케인 의원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그의 복귀를 희망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역점 법안인 건강보호법의 의회 내 좌초로 곤경에 처한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매케인 의원의 공백은 약화한 당 지도력과 관련해 또 다른 타격이다.
WSJ는 매케인 의원이 다양한 의원이 존재하는 의회 내에서도 단연 독특한 존재였다고 지적했다. 전설적인 베트남전 참전 경력 외에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을 뿐 아니라 연방예산 흑자를 세금 감축이 아닌 사회복지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음을 소개했다.
또 공화당 내 교조적 우파를 지속해서 공격해왔다고 전하면서 그가 세부 정책에는 약했으나 이는 문제가 안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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