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터키 관광·사업 피하라" 양국관계 급속냉각

입력 2017-07-21 11:07  

독일 "터키 관광·사업 피하라" 양국관계 급속냉각

터키, 獨인권운동가 체포에 "터키 내 안전 보장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독일 정부가 자국 인권운동가를 체포한 터키에 대해 여행경보 발령, 기업활동 자제 권고 등으로 대응하면서 양국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터키는 독일인에게 더는 안전하지 않다면서 터키를 찾는 자국 관광객들에게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투자자들에게 터키 내 사업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또 그동안 독일이 터키에 제공했던 경제 지원과 수출신용보증을 재검토할 것이라면서 대(對)터키 정책의 "방향 전환" 방침을 발표했다.

독일의 이번 조치는 터키가 지난 5일 워크숍 참석차 현지를 방문한 독일 인권운동가 페터 슈토이트너를 테러조직 지원 혐의로 체포한 데 따른 것이다.

가브리엘 장관은 슈토이트너 사건은 "독일 시민들이 터키에서 더는 임의 체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장관은 "우리는 법적 안전성이 없고, 명성 있는 기업들조차 테러리스트로 분류되는 국가에 투자하라고 권고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임의적이고 정치적 의도에 따른 사유재산 몰수가 단지 위협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터키에서 독일 기업의 투자를 보장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우리는 계속해서 이전에 하던대로 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터키 당국이 그들의 정책에는 결과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좀 더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번 조치는 "최근 사건들을 고려할 때 필요하고 필수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터키 정부는 지난해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연계세력을 숨겨준 혐의가 있다면서 다임러, 바스프 등 68개 독일 기업 명단을 독일 정부에 전달했다고 현지 일간지 디차이트가 보도한 바 있다.

터키 관광과 무역 부문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터키에 실질적 타격이 될 전망이다.

독일 관광객은 터키를 찾는 연간 해외 여행객의 15%에 달하고, 양국 간 무역 규모도 연간 370억 유로(약 48조2천억원)에 이른다.

독일의 조치에 터키는 즉각 반발했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터키를 여행하는 독일 시민이 안전하지 않고, 터키 내 독일 기업이 우려하고 있다는 발표를 규탄한다"면서 "그러한 일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터키 외무부는 가브리엘 장관의 발언은 "협박이자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도 가브리엘 장관의 '위협'은 국제 외교 규범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들어 독일과 터키는 각종 현안에서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관계가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태다.

독일은 터키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치하에서 권위주의적인 국가로 변하고 있다면서 계속 우려를 표명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쿠데타의 배후 세력과 연계된 것으로 지목한 독일 내 터키인들을 인도해달라는 거듭된 요구를 독일 정부가 거부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독일 당국이 자국 내 터키 개헌안 지지집회를 차단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이 '나치'와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며 극언을 쏟아낸 바 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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