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넘는 소요 예산이 걸림돌…"시비·국비 지원 절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천만 시민의 발' 서울 지하철 1∼4호선에 이어 5∼8호선도 단계적으로 노후 전동차 수백 대를 교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 연말까지 5·7·8호선 노후 전동차 834량을 교체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최근 이 같은 내용을 서울시의회에 보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교체 대상 전동차는 5호선 608량·7호선 136량·8호선 90량으로, 총 1조1천676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5∼8호선을 가리키는 소위 '서울 2기 지하철'의 맏형 격으로 방화에서 상일동·마천을 잇는 5호선은 1995년 11월 개통해 벌써 22년이 됐다.
7호선은 이듬해인 1996년 10월 운행을 시작했고, 8호선도 같은 해 11월 개통해 21년이 지난 상태다.
다만, 6호선은 5·7·8호선보다 늦은 2000년에 개통해 전동차가 아직 17∼18년밖에 되지 않았다.
공사는 "교체 대상 5·7·8호선 전동차 834량은 1995∼1996년 동안 약 1년에 걸쳐 일시에 반입돼 현재 21∼22년을 운행하고 있다"며 "정밀 진단을 통해 각 차량의 남은 기대 수명과 구성품 노후화 상태를 따져보고, 차량을 고쳐 쓰는 데 드는 비용 등을 분석한 결과 신차 교체를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사는 2015년 9월 7호선 차량 44량을 표본으로 뽑아 정밀 진단을 거친 결과 '연장 사용 불가' 판정을 얻었다. 이후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부품 위험도, 기대 수명, 수리 비용 등 경제성을 면밀히 따져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내 전동차는 보통 21년이 지나면 노후 전동차로 분류된다.
국내 전동차의 내구연한은 철도안전법 제정 당시 15년으로 정했지만, 점점 늘어나다가 2014년 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로 아예 없어진 바 있다.
이와 맞물려 도입된 지 20∼30년 된 전동차라도 고장이 날 때마다 부품을 일부 갈아 끼우고 수명을 연장하며 운행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래된 옛 서울메트로 소속 1∼4호선의 경우는 전동차 1천954량 가운데 21년 이상 된 전동차가 절반을 넘는 1천184량일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하다. 1∼4호선 전동차의 평균 사용 연수는 16.9년에 이른다.
특히 1989∼1992년 도입돼 25년이 넘은 노후 전동차도 600량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989년 도입한 1호선 64량과 2호선 78량은 우리 나이로 치면 29살이나 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잔병치레'가 늘어나는 것처럼, 규정에 따라 꼼꼼하게 검사를 한다 해도 노후 전동차는 아무래도 신형 차량보다는 고장을 더 많이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 서울 지하철 사고는 1990년대 후반에 개통한 5∼8호선보다는 낡은 1∼4호선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5∼8호선 역시 세월이 흘러 20살을 넘겨 2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전동차 역시 교체 필요성이 대두됐다.
문제는 1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이다.
공사는 834량 교체 비용으로 총 1조1천676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는데, 연간 재정적자만 3천억∼4천억원에 달하는 형편이라 이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공사도 전동차 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진행 일정은 잡지 못한 상태다.
공사 관계자는 "5·7·8호선 전동차 834량을 교체하는 사업은 적자 운영 중인 지방공기업이 부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국고·시비 등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이를 위해 서울시, 국토부, 행자부, 국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련법 개정과 국고지원 요청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교체가 시급한 2·3호선부터 전동차 610량을 3단계에 걸쳐 바꾸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에 총 8천37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지만, 중앙 정부가 "전동차 교체는 지하철 운영상 유지·보수에 해당해 비용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재원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토부에서는 국비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기재부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중앙 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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