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뺀 3당, 정부 제안 추경 합의 후 의원들 '비상동원령'
"야합 날치기" 주장하던 한국당 포함 22일 본회의 열기로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여야 4당은 21일 오전부터 추가경정예산안의 핵심 쟁점인 '공무원 증원' 예산을 두고 조금씩 입장차를 좁히면서 성사될듯 말듯 아슬아슬한 협상을 이어왔다.
오후 들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3당이 합의안을 도출한 후에도 이튿날 새벽 본회의를 예정한 채 의결 정족수 충족이 확실치 않아 긴장 상태가 지속됐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오후 11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22일 오전 9시30분 본회의를 열기로 일정을 연기, 국회 제출 45일 만에 추경안 처리에 전격 합의했다.
◇ 한국당 제외한 3당, 공무원 2천875명 증원 예산에 합의
이날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힌 공무원 1만2천명 가운데 지방직 7천500명을 제외한 중앙직 공무원 4천500명으로 논의 범위를 좁히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1만2천명 증원을 얘기하더니 국회 심사 과정에서 국가직은 4천50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들통났다"고 비판하면서도 여당의 제안을 수용해 협상에 응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여야 협상의 초점은 이 4천500명 중 '필수 증원인력'을 몇 명으로 볼 것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조정하는 데 모아졌다. 여당은 최대한 높은 수치를, 야당은 낮은 수치를 제시하며 지루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등과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으나 오전 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후에는 여야 4당 예결위 간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야3당 간사들과 차례로 접촉했다.
정부는 4천500명이었던 중앙직 공무원 증원 폭을 2천800명 정도까지 줄일 수 있다는 수정 제안을 제시했고, 윤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상당 부분 입장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어 여야 4당은 오후 5시 넘어 예결위 소위를 재개했다. 오후 10시까지 소위를 마치고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오후 6시께 "정부 여당에서 요구한 시급히 충원이 필요한 채용 규모는 약 2천875명"이라며 "이 비용을 목적 예비비에서 지출하고, 정부의 중장기 운영 계획을 10월 20일까지 국회에 제출토록 했다"고 한국당을 뺀 여야 3당의 합의안을 공개했다.
이후에도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물밑 협상을 시도했지만, 끝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당은 900명 수준의 필수 증원인력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족수 눈치보기 끝 한국당 포함 22일 본회의 개회 타결
이날 여야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수차례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추경 협상 상황을 전달했다. 본회의 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 국회 인근에서 기다려달라는 사실상의 '비상동원령'을 내렸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오후 12시40분께 "오늘 내 추경 처리를 목표로 막바지 협상 중"이라며 "의원들께서는 부디 미리 일정을 조정하시고, 반드시(!) 참석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후 8시40분에도 비슷한 문자를 보냈다.
민주당은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등 장관 겸직 의원들을 국회로 불러모았다. 일본을 방문 중이던 한일의원연맹 소속 김해영·노웅래·오영훈·유승희 의원 등을 조기 귀국시키기도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는 오후 6시경으로 예상되오니 모든 의원께서는 참석해주시기 바란다"(오후 12시30분), "금일 본회의 개의 시간이 밤 10시로 늦춰졌다"(오후 2시50분), "본회의에 대비해 원내대책회의와 의총을 소집한다"(오후 6시30분) 등의 문자를 잇달아 발송했다.
또한, 오후 8시40분께 "오늘로써 추경에 관한 논의를 종결시키고자 한다"며 "지방에 계신 의원들께서 전원 참석해주셔야 겨우 정족수를 채우게 된다"고 호소했다.
이에 맞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오후 5시50분께 "다른 당들이 밤 10시 이후에 본회의를 일방적으로 개최해 추경 처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밤 9시까지 의원회관에 도착해 대기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정 원내대표는 1시간 뒤 본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고서 의원들에게도 "긴급 대기소집 요청을 해지한다"고 밝히며 신경전을 벌였다.
그는 이어 오후 8시30분께 "우리 당을 제외한 3당의 정치적 야합이 재발해 '긴급 의원 대책회의'를 열고자 하오니 애당심을 발휘해 오늘 밤에 늦더라도 원내대표실로 모여주시기 바란다"는 문자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는 오후 10시45분 기자간담회를 열어 "(3당이 본회의를 강행하면) 야밤에 이뤄진 야합 날치기"라고 강력 비판했고, 오후 11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원내대표들은 22일 오전 9시30분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한국당이 여야 3당이 합의한 추경안에 반대 입장을 갖고서라도 본회의에 참석하는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결론이었다.
han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