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흔적을 걷는다…80년전 고려인 강제이주 탐사단 출국

입력 2017-07-23 10:10  

수난의 흔적을 걷는다…80년전 고려인 강제이주 탐사단 출국

24일 '회상열차'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알마티 6,500㎞ 이동



(인천=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80년 전 고려인들이 강제로 끌려갔던 길을 따라 수난의 흔적을 더듬어보는 '극동 시베리아 실크로드 오디세이-회상열차' 프로젝트의 막이 23일 올랐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회'(공동대회장 이부영·함세웅·김로만)가 주최하고 국제한민족재단(상임의장 이창주)이 주관하는 회상열차의 탐사단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대한항공 KE 981편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공항에 모인 각계 인사 84명은 해외여행을 앞두고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선조들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짚어보는 답사여서 그런지 얼굴에는 자못 비장한 기색이 흘렀다. 지난 6월 30일 출정식에서 일부 얼굴을 익힌 단원들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사이도 많아 반갑게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앞으로 13박 14일간 여정을 함께한다.

국제한민족재단은 당초 이날 공항에서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간단한 출국 기념식을 열려고 했으나 휴가철 해외여행객으로 공항 청사가 붐벼 생략했다.

탐사단은 이날 오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첫 일정으로 항일독립운동의 요람이던 고려인 집단 거주지 신한촌을 방문한다. 이튿날 우수리스크로 이동해 고려인문화센터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희생자 진혼제를 지내고 최재형 고택과 이상설 유허비를 둘러볼 예정이다.

탐사단은 24일 저녁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해 6천500㎞를 달리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하바롭스크, 카림스카야, 울란우데,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등을 거쳐 8월 1일 고려인의 첫 정착지인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 도착한다. .

8월 2∼3일 알마티의 알파라비 카자흐스탄국립대에서는 '남북한 정세와 동아시아 평화 공존'이란 주제 아래 국제한민족재단 주최로 국내외 학계·정계·언론계·문화계 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18회 세계한민족포럼이 열린다. 탐사단은 4일 저녁 알마티를 출발해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공동대회장을 맡은 함세웅 신부는 "낯선 땅에 내버려진 고려인들이 항상 그리워하던 조국은 남북이 갈라진 나라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이번 여정이 고려인들의 꿈이기도 한 남북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창주 집행위원장(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이사·상트페테르부르크대 석좌교수)은 "80년 전 고려인들이 겪은 수난은 한민족 디아스포라 역사 가운데서도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면서 "문화계, 종교계, 언론계, 학계, 교사와 학생, NGO, 시민 등 다양한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여해 역사를 관통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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