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출마 매력적 카드지만 의원직 내려놓기는 부담
이정미 대표, 沈 출마설에 "아무튼 선거 적극 임한다" 여지 남겨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정의당 당 대표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차세대 리더십 등장을 축하하며 한발 물러선 심상정 전 상임대표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모든 당직을 내려놓은 심 전 대표는 '백의종군'하며 당내 청년 조직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쏟기로 약속했지만, 주변에서는 벌써 경기도지사나 서울시장 출마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선 내년 지방선거 승리는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가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거론한 정의당의 최대 당면 과제다.
정의당은 심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200만 표 이상을 획득하고 최근 정당 지지율도 7∼8%에 달해 바른정당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창당 5년째인 새내기 정당으로서 아직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오는 2020년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도약하겠다는 거창한 비전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가시권에 드는 진지한 목표로 인정받기 위해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서민 친화적인 이미지를 가진 '심블리' 심 전 대표의 직접 출마는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정의당 관계자는 "심 전 대표가 워낙 인기가 좋아서 같이 다니기가 힘들 정도"라며 "진보와 보수의 가치를 떠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 사람이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응원의 마음을 가진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경기 고양시갑 지역구 의원인 심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지만, 대선에 출마했던 무게감을 고려할 때 정치적 의미가 더욱 큰 서울시장에 도전해 판을 흔들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진보 성향의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지사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심 전 대표가 이 시장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해 서울시장으로 행로를 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6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이 노회찬 원내대표와 심 전 대표 등 2명밖에 없어서 막연한 당선 가능성에 기대 의원직을 버리고 선거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실익이 적다는 현실론도 만만찮다.
당내에서는 최근 당 대표 선거에서 예상보다 근소한 차로 낙선한 박원석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뛰어들고, 심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으로서 이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설익은 단계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관계자는 "심 전 대표가 가진 의석 1석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당선 가능성 여부와 별도로 그의 출마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 당의 재도약에 밑거름되는지 등을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17일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 전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설과 관련, "아무튼 중요한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적극적으로 임한다, 그런 판단이 있다는 것 정도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의당은 조만간 지방선거 준비를 위한 시동을 걸 계획이다.
한창민 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태스크포스(TF)를 '지방정치사업단' 같은 이름으로 꾸려서 이르면 다음 달 초·중순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금은 심 전 대표가 '태풍의 핵'을 키우고 있는 시기로 이해해달라"면서 "그의 행보가 대선 때처럼 다시 새 바람을 일으키기를 우리 당원들도 국민과 함께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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