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011년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 전의 격납 용기 바닥에 핵연료가 넓은 범위에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본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22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제1 원전 3호기의 원자로 내부에서 19~22일 로봇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격납 용기의 바닥에 노심 용융(멜트다운·meltdown)한 핵연료로 보이는 물질이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당시 지진해일(쓰나미)로 바닷물이 원전 내부로 들이닥치며 냉각장치의 전원이 멈췄고 이로 인해 수소폭발이 발생했었다.
냉각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원자로의 핵연료가 녹아내리며(노심용융) 격납 용기 내 오염수에 떨어졌는데, 이번 조사에서 촬영에 성공한 것은 이렇게 녹아내린 핵연료 추정 물질이다.
내부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지만, 녹아내린 핵연료가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이를 끄집어내는 작업이 예상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심용융 핵연료의 안전 처리는 원전 폐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사고 당시 폭발이 났던 1~3호기에서 어느 정도의 노심용융이 진행됐는지와 바닥에 흘러내린 핵연료의 상황은 어떤지를 확인해야 이를 꺼낸 뒤 폐기할 수 있다.
1~3호기 합해 노심 용융된 핵연료는 모두 900톤(t)이 남아 있으며 3호기에는 가장 많은 360t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전력이 사고 원전의 노심용융된 핵연료 추정물질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초부터 시작한 1호기와 2호기에 대한 조사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도쿄전력은 이번 조사 결과 획득한 영상을 상세히 분석한 다음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정부,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연료를 빼내는 방식을 정할 계획이다
지난 1979년 발생했던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 당시에는 노심용융 핵연료를 꺼내는 데 10년이 걸렸다. 1986년 사고가 난 체르노빌 원전에 대해 구 소련은 이를 꺼내지 못해 결국 석관이라는 거대한 방호벽으로 감싸는 방법을 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고 후 6년이 지났어도 녹아내린 핵연료에서는 사람이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의 방사선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폐로 작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에 40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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