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작업자·야영객 고립됐다 구조…90대 치매노인 익사
오후 들어 소강상태…중부지방 내일 낮부터 또 비 소식
(전국종합=연합뉴스) 충청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 1주일 만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시간당 100㎜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 비로 인천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되고, 곳곳에서 고립과 침수, 정전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23일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경기 고양 155.5㎜, 의왕 135.5㎜, 시흥(신현동) 129.0㎜, 군포(수리산길) 121.0㎜, 파주(금촌) 107.5㎜, 양주(장흥면) 107.0㎜ 등을 기록했다. 서울에도 133.5㎜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시흥에는 한 때 시간당 최대 96㎜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앞선 주말 심각한 비 피해를 낸 충북 청주 지역의 시간당 최고 강우량 91.8㎜를 넘어선 것이다.
이 비로 오전 9시 54분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택 지하에서 A(95)씨가 호흡 없이 방 안에 가득 찬 빗물에 떠 있는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했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A씨는 집에 갑작스럽게 물이 불어나자 함께 있던 80대 아내가 윗집에 도움을 요청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아내가 윗집 주민과 함께 집으로 내려왔을 때는 이미 집 안에 높이 1m가량 빗물이 찬 상태였다.
오전 10시께는 경기도 포천시 한 캠핑장 앞 다리가 침수돼 야영객 21팀 125명이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이 가운데 45명을 우회도로로 대피시켰다. 남은 야영객들은 비가 서서히 그쳐 캠핑장에 남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천군 군남댐 하류 지역 야영객 등 22명은 물이 불어나기 전에 대피했다.
인천 부평의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장에서도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이 차오른 물에 갇혔다가 구조됐다. 이들은 폭우로 인해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가 침수되면서 차량 통행도 곳곳에서 통제됐다.
오전 10시 20분께 고양시 제2자유로 강매나들목 부근 서울 방향 도로 300m 구간이 배수 불량으로 물에 잠겨 3차선 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 북항터널 양방향과 서울 은평구 불광천길 증산철교 하부도로 양방향 구간, 강서구 개화동에서 개화역 사이 양방향 구간도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인천시 부평역 선로 구간도 물에 잠겨 경인선 인천∼부평역 간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가 20여 분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주택 침수도 잇따라 인천 서구에서만 50가구가 넘는 주택이 물에 잠겼다.
낙뢰로 인한 정전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한국전력 경기지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정전 신고가 들어온 지역은 수십 곳에 달한다.
주말에 수천 명이 몰리는 경기 광명의 가구 전문점인 이케아 매장을 비롯해 시흥과 화성 아파트 단지 등 여러 곳에서 정전 사고가 신고됐다.
이날 정전은 대부분 낙뢰에 의한 순간정전으로 파악됐다.
순간정전은 여름철 전력사용이 급증하거나 낙뢰 등으로 인한 변전소 사고 때 흔히 발생하며, 단시간에 전기가 공급되는 경우를 말한다.
한전 측은 비상근무에 돌입해 정전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수도권 비는 정오를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한때 서울, 경기, 인천 대부분의 지역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오후 2시 40분을 기해 모두 해제됐다.
기상청은 이날 저녁까지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곳곳에 산발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일(24일)은 중부지방과 경북, 전북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흐리고 낮부터 비가 오겠다"며 "내일 낮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10∼50㎜가량 다시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예나 권준우 최은지 최재훈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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