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野와 '협치 틀' 만들기 난제…사안별 '정책연합'에 무게

입력 2017-07-23 14:37  

靑, 野와 '협치 틀' 만들기 난제…사안별 '정책연합'에 무게

野 협조 없이는 정기국회 등 하반기 국정운영 난항 불가피

'민주당 정부' 정체성 유지하며 사안별 野와 공조 필요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과 개혁입법 우선 추진 모색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22일 국회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으나 청와대로서는 또 하나의 '큰 숙제'를 떠안은 표정이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여당으로 두고 있지만 야당의 협조를 구하지 않고는 개혁과제를 입법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한 탓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지난주 확정한 100대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465건의 법률 제·개정이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어서 현 여소야대 구도 하에서 입법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재설정'이 긴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앞으로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야당과의 협치 틀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며 "하한기 구상이 여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는 새 정부의 정체성이 '민주당 정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촛불혁명에 부응해 창출된 정권인 만큼 그에 걸맞게 국민들의 개혁요구를 책임있게 수행해 나가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새 정부 1기 내각에 여당 현역의원들을 입각시킨 것도 이 같은 '책임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대연정론'처럼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하려는 구상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정론으로는 현재 원내의 대립과 대결 구도를 해소해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역시 국회 과반에 미달하는 민주당 의석수(120석)로는 국정 우선순위로 꼽고 있는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데 역부족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부'를 유지하면서도 원내에서 실질적인 '우군'을 확보할 수 있는 협치의 틀을 만드는 묘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사안별 '정책연합' 카드가 떠오르고 있다. 야권 전체를 상대로 막연히 협력을 요청하기보다는 개별 사안을 고리로 목표와 가치지향을 공유하고 있는 일부 야당과 정책공조를 꾀하는 밑그림이다.

특히 이번에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일종의 '가능성'을 확인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과 얼마든지 사안별로 공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민의당 핵심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세금 ▲복지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에서 정책공조를 꾀하는 '중층(重層)적 정책연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의 핵심의원들이 '교집합'을 만들어내면 공동의 입법안을 마련해 얼마든지 원내에서 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당장 풀어나가야 할 현안인 증세, 원전 공론화위원회 운영, 내년도 예산안 편성, 국정과제 이행입법 추진과정에서 매우 긴요한 대목으로 보인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정부조직법과 추경안 처리의 주역 중 한명인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민주당 정부'라는 입장을 견지해나가면서 야당과 사안별로 공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각 당의 입장이 있지만 '최소공배수'를 만들어내 이를 입법적으로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수석은 이어 "국민적 지지와 동의가 큰 개혁입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야당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사안별 정책연합 또는 정책공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정치의 특수한 풍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책면에서 지향점이 같더라도 여당과 야당이라는 진영논리가 만들어지고 정치적 이해가 작동하면 또다시 충돌하고 대립할 수 밖에 없다"며 "정치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앞으로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야당과의 불필요한 갈등과 마찰 소지를 줄이기 위해 '운용의 묘'를 발휘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굳이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이나 시행령을 고치거나 관련 예산의 경우도 예비비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미 편성된 목적 예비비로 충당할 수 있는 공무원 증원 80억원 부분을 굳이 추경안에 반영한 것이 야당과의 소모적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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