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빙하에서 75년 만에 발견된 스위스 부부 장례식

입력 2017-07-23 20:07  

알프스 빙하에서 75년 만에 발견된 스위스 부부 장례식

할머니된 두 딸 "이제 부모님 어디에 있는지 알게 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알프스 빙하에서 실종됐다가 75년만에 발견된 스위스인 부부의 장례식이 22일(현지시간) 두 딸과 손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마르셀랑 뒤물랭과 그의 아내 프랑신은 지난 1942년 8월 15일 인근 목초지에 풀어놓은 소들을 돌보러 길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경찰과 마을 주민들이 두 달여 부부를 찾았지만 허사였다.

부부의 시신은 이달 13일 해발 2천600m에 있는 디아블르레 빙하가 속에서 거의 완벽한 상태로 보존된 채 발견됐다.

물병과 배낭, 시계 등 부부가 집을 나설 때 갖고 있던 물건도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알프스 고지대 마을 샹돌랭에서 살던 부부는 목초지로 가기 위해 빙하를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을 택했는데 두 사람이 길을 떠날 때는 화창했던 날씨가 곧 구름이 끼면서 나빠졌다.

경찰은 악천후 속에서 뒤물랭 부부가 빙하의 갈라진 틈인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발래 칸톤(州)의 작은 마을인 사비에즈의 성당에서 열린 이날 장례식에는 할머니가 된 두 딸과 뒤물랭 부부의 손자녀들, 마을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 성당은 부부가 실종되기 전 다녔던 곳이다.

당시 열한 살이었던 딸 모니크 고쉬(86)는 AFP통신에 "두 분을 찾게 돼 다행이지만 잊을 수 없는 비극의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두 살에서 열세 살이었던 뒤물랭 부부의 다섯 아들과 두 딸 등 7자녀는 위탁가정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장례식을 치른 부부의 시신은 화장돼서 장남이 잠든 묘지 옆에 함께 묻혔다.

모니크는 "부엌에서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라졌던 산이 보였다. 매일 두 분을 생각하며 울었는데 이제 두 분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mino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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