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사치품 공급 의혹 싱가포르 업체 "보도는 거짓"

입력 2017-07-24 10:19   수정 2017-07-24 10:22

북한에 사치품 공급 의혹 싱가포르 업체 "보도는 거짓"

주소지인 말레이시아 웨딩 업체…북한 출입 중국인과 관계 등 의혹 여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사치품을 수출한다는 의혹을 받아온 싱가포르의 유통업체가 북한 전문매체의 관련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고 더 스트레이츠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싱가포르 유통업체 OCN의 응 켕 와(55) 대표는 최근 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가 보도한 자사의 대북 사치품 공급 보도에 대해 "모두 거짓"이라면서 북한에 금수(禁輸) 품목을 수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1990년부터 이 업체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우리 회사는 아직 작은 기업이다. 불법적인 일을 했다면 정부가 우리를 찾아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OCN이 지난 2000년부터 북한에 일본 포카(POKKA)의 캔 음료를 독점 공급했지만, 2012년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금수 조처를 하면서 수출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프리미엄 서비스 NK프로를 통해 OCN이 북한 노동당 소속 외화벌이 기관인 39호실과 관계를 맺고 평양 시내에서 2개의 소규모 사치품 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NK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OCN이 평양에서 서방의 고급 브랜드 술과 화장품, 가방 등 유엔 안보리가 대북 수출을 금지한 품목을 판매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NK뉴스의 채드 오캐럴 대표는 "응 대표를 대북 사치품 수출을 가능케 한 인물로 특정한 우리의 보도를 지지한다"며 "우리 취재팀은 북한이 금수 대상 사치품을 얻기 위해 동남아 기업을 이용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OCN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의심할만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OCN은 지난 1988년 싱가포르 시내 주치앗로드에 주소를 등록했지만, 확인 결과 해당 주소지에 있는 4층짜리 건물에는 간판이나 상호 등 OCN의 흔적은 없었으며, 대신 건물 대부분은 말레이시아계 웨딩 업체인 '라군 사리'가 차지하고 있었다.

'라군 사리'가 당국에 제출한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주 명부에는 OCN뿐만 아니라 중국인 '왕즈궈'가 등장한다.

NK뉴스는 홍콩 기업등록 서류를 통해 왕씨가 OCN 홍콩법인의 주주임을 확인했으며, 최소 3명의 북한 내 해외 운송 네트워크 관계자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OCN의 응 대표는 "왕씨는 20년간 알고 지낸 인물로 라군 사리의 중국 상하이 점포 개설에 도움을 줬다"며 "라군 사리는 상하이에서 할랄 음식점을 열었지만 3년 만에 폐업했고 이후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말레이 웨딩 업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왕씨는 북한에 간다. 하지만 라군 사리와는 파트너 관계일 뿐"이라며 "내가 그를 통제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한 그는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외무부 대변인은 "현재 또는 미래에 진행될 사안에 관해 편견을 우려해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 업체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인지에 대한 확인은 거부했다.

다만, 대변인은 싱가포르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으며 자국 기업 또는 개인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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