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정신력 싸움이 아주 재밌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어제 다 못 본 영화를 봤지요."
김인경(29)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앞두고 맹렬히 상승세를 타다가 날씨 탓에 제동을 걸어야 했다.
14번 홀을 마친 뒤 악천후로 대회가 중단된 것이다.
김인경은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잡아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김인경은 여유롭게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봤다.
약 한 시간 후 경기는 다시 시작했고, 김인경은 곧바로 15번 홀과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흔들리지 않은 집중력을 자랑했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마지막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친 김인경은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시즌 두 번째,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1언더파는 이 대회 사상 두 번째 최소타 우승 기록이다.
김인경은 공식 우승 기자회견에서 경기 중단 때 영화를 봤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그는 "어제 다 못 본 영화를 봤다. 40분을 보니 영화가 끝나서 완벽했다"며 영화 제목은 '더 피아니스트'였다고 밝혔다.
김인경은 전날 밤 골프채널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과 이 영화를 함께 봤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중에 축하 문자가 오기도 했다면서 "영화를 보고 있으니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영화에 몰입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김인경은 "아직 우승하기 전이었지만, 당시 상황(선두)에 대한 축하였다. 많이 오지는 않았는데 '우리는 널 응원해', '대자연이 널 도울 거야'라는 내용이었다. 답장은 나중에 할 것이다. 배터리를 충전 중이기 때문"이라고 털털하게 말했다.
김인경이 중요한 순간에 여유를 누린 것은 그만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스포츠에서 정신력 싸움은 아주 재밌다. 내가 수년간 운동을 하며 깨달은 것은 내가 누구인지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약 9.8m 퍼트를 넣기도 한 김인경은 "나는 아주 꾸준하다. 페어웨이와 그린에 공을 올리고 퍼트하는 것이 꾸준하다"며 "그 상황이 극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꾸준함은 나의 강점이다. 이런 퍼트는 항상 나오는 게 아니므로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번 홀을 시작한 게 벌써 20년 전 같다"는 김인경은 "정말 좋은 하루였다. 며칠간 아주 견고하게 경기했고 오늘은 퍼팅감이 아주 좋았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이전까지의 우승과 느낌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회는 아주 특별했다. US여자오픈 직후였기 때문이다. 지난 두 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나는 아주 잘 준비했다고 느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내가 못 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는 내 최고의 경기를 하고자 했다. 대회 관계자 모두가 반겨줘서 즐길 수 있었다"고 답했다.
김인경은 "이번 우승으로 확실하게 자신감을 얻었다. 대회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골프 코스에 적응하고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 잘 치는 비결이다. 더 많은 기회를 잡겠다"고 남은 시즌 각오를 다졌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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