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없는 환자에 물은 '독약'…온열 질환자 685명 중 4명 사망
(전국종합=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가마솥 더위가 연일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면서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다.
온열 질환은 대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5가지로 나뉘고 대처법도 달라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일 오전 11시 40분께 전북 순창군 쌍치면 한 야산에서 풀을 베던 김모(54)씨가 쓰러져 숨졌다.
김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김씨가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도 경북 구미에서 밭일하던 A(82)씨가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그는 이날 오전부터 계속 밭일을 했고, 병원 도착 당시 고체온(41.1도)이었다.
의료진은 열사병을 사인으로 추정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2일 현재 온열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모두 685명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열사병 160명, 열탈진 358명, 열경련 104명, 열실신 33명, 열부종 1명 등이다.
이 중 449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4명은 사망했다.
무더위 속에서 밭일하거나 작업을 하다 쓰러지는 경우 대개 열사병을 의심하지만 모두 같은 질환은 아니다.
가장 위험한 온열 질환이 열사병이고, 증상의 경중에 따라 열탈진, 열경련 등으로 진단명이 달라진다.
열사병은 중추신경 장애(혼수상태)를 가져오는 무서운 질병이다.
땀이 나지 않는 데다 피부 온도가 40도를 초과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다.
열사병 환자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하고,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체온을 최대한 낮춰줘야 한다.
환자를 그늘로 옮겨 상의를 벗기거나 몸을 찬물이 아닌 20도가량의 물로 닦아주면 도움이 된다.
다만 의식이 없는 열사병 환자에게 물은 독약이다.
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호흡곤란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온열 질환인 열탈진 환자는 땀을 과도하게 흘려 무력감과 피로, 구토 등을 호소한다.
이때 체온을 낮추고 스포츠 음료나 물 1ℓ에 소금 1티스푼을 넣은 식염수 섭취가 도움된다.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하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열경련은 팔, 다리, 복부, 손가락 등이 떨리는 현상을 말하고, 열부종은 손이나 발 등이 빨갛게 달아올라 부종이 생기는 증상이다.
두 질환 모두 체온을 낮춰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수분보충이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온열 질환은 보통 노약자나 어린이 등 신체 기능이 발달하지 않았거나 퇴화하는 연령층에서 발생한다"며 "폭염 때는 되도록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고 온열 질환자를 발견하면 체온을 즉시 낮춰주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