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종교구장 정우스님 "종교가 병사에게 비타민 되길"

입력 2017-07-25 06:00   수정 2017-07-25 09:54

국방부 군종교구장 정우스님 "종교가 병사에게 비타민 되길"

4년 임기 마치고 퇴임…"JSA 무량수전 불사가 제일 기억 남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종교는 국경이 없지만 종교인에게는 국가가 있습니다. 군종교구가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힘과 용기, 지혜를 불어넣는 비타민이 되길 바랍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대 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65)이 오는 27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리는 이임식을 끝으로 군을 떠난다.

열세살에 출가해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홍법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은 정우 스님은 1973년 경기도 양주 26사단으로 입대해 군과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군종병 신분으로 호국 황룡사, 호국 일월사를 건립했다.

4년 전 취임한 그의 진두지휘 아래 군종교구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2014년 비구니 스님을 군종법사로 선발,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가운데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군종장교가 됐다.

이제 전국에 군종교구 보유 사찰은 400여 곳, 군종법사는 130여 명이며 수계(授戒)를 받은 장병은 지난해까지 12만4천명에 달한다.





25일 서울 국방부 원광사에서 만난 정우 스님은 "이 모든 일은 군종교구가 한 게 아니라 군종교구를 통해 한국불교가 한 일"이라고 말했다.

"신라 시대 화랑 5계 중에 살생유택(殺生有擇)이 있습니다. 본디 살생을 금해야 하지만, 종교인에게는 국가가 있습니다. 군인이 국가를 지키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민주주의를 누릴 수 없겠지요. 따라서 종교인은 힘든 환경에 노출된 병사들에게 윤활유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떠날 줄 알고 부임했다지만 헤어짐에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만은 없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경기도 파주시 남북공동경비구역(JSA)에 무량수전을 세운 일을 꼽았다. 지난해 7월 착공한 법당은 올해 3월 낙성식을 마쳤다.

"고려시대 맞배집 구조로 무량수전 법당을 짓고 '평화의 종'을 달았어요. 한국전쟁에 참전한 16개국 전사자들의 위패도 봉안했습니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에 한국 불교가 감사한 마음을 표함으로써 호국불교의 의미를 되새기고 값진 인연을 성숙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음 아팠던 일로는 재임 기간 발생했던 각종 군내 총기사고를 들었다.

"군 교도소에 가서 가해자 장병들을 여럿 만나봤습니다. 품에 안았더니 쥐가 났을 때 푸들푸들 살이 떨리듯이 저를 밀쳐내는 느낌이더군요. 기계도 닦고 조이고 기름 쳐야 앞으로 나아가듯, 사람도 올바르게 갈고 닦아야 합니다. 수행 없이 모진 세파에 찌들고 휘말리면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후임으로 오게 된 혜자 스님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혜자 스님이 지난 10년 동안 군부대에 보낸 초코파이만 400만 개가 넘는다. 우리 장병들을 잘 보듬어주실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그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이제 통도사로 돌아가야지요. 그동안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면 이젠 마루가 돼야 합니다. 아무 데서나 대들보가 되려고 하면 집이 무너져요. 나를 잘 쪼개서 마루를 깔아놓으면 모두가 평등하게 쉬다 갈 겁니다. 통도사에서 농사도 짓고 정원을 돌아다니다 쥐구멍이 있으면 돌멩이로도 막고. 할 일이 많을 겁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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