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 속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들이 위험하다

입력 2017-07-24 17:20   수정 2017-07-25 07:24

[르포]폭염 속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들이 위험하다

김해서 탈진 70대 극적 구조…달구어진 철판 속 기온 40도

순식간에 땀 줄줄, 머리도 어질해져 "자칫하면 목숨 잃지요"

컨테이너는 '가설건축물'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돼…안전 사각지대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 속에 좁은 컨테이너에 사는 이웃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두께 1㎜도 채 안 되는 철판으로 만든 공간 안에서 폭염을 이겨내야 하는 이들에게 컨테이너는 자신을 지켜주는 곳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 폭염 속 컨테이너 안 기온은 40도

24일 낮 경남 김해시 진례면 한 공장 옆에 주거용도로 사용되는 컨테이너 안은 그야말로 펄펄 끓는 가마솥을 방불케 했다.

흡사 목욕탕 사우나 안에 있는 것과 같았다.

바깥 기온은 32도였지만 컨테이너 내부는 40도에 육박했다.

10분 후 머리부터 얼굴, 목, 어깨, 가슴, 등까지 순식간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상의가 다 젖을 만큼 심하게 땀을 흘리고 나니 무력감과 함께 가슴이 답답해졌다.

속도 불편했다. 그리고 머리가 띵해지면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잠시 들어갔는데도 이러니 여기서 살았던 사람은 어떠했을까.

"아 폭염 속에 사람이 이렇게 쓰러지는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 폭염 속 컨테이너는 '안전 사각지대'

지난 21일 이 컨테이너 안에서 탈진한 채 쓰러져 있던 이 모(78) 씨는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다.

고령으로 귀까지 어두워 소리를 잘 듣지 못했던 이 씨는 이 컨테이너 안에서 꼼짝도 못 한 채 무려 20시간가량 방치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혼자 사는 이 씨 동태를 평소에 관심 있게 살펴오던 집주인 김모(57) 씨 덕에 목숨을 건졌다.

김 씨는 종일 날이 너무나 무더웠는데 이 씨 컨테이너 문이 계속 닫혀 있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불볕더위로 출입문과 창문이 활짝 열려 있어도 시원찮을 텐데 꼭꼭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공장 일이 끝날 무렵에도 컨테이너 문은 닫혀 있었다"며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이 없고 안에서 문은 잠겨 있어 즉시 119에 먼저 신고했다"고 당시 위급한 상황을 전했다.

119구조대와 경찰이 차례로 도착해 잠긴 컨테이너 문을 개방하려고 했지만 쉽게 열리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김해서부경찰서 진례파출소 노영지 경사가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즉시 출입문 반대편 잡초 등이 우거진 쪽으로 돌아가 합판으로 막아놓은 창문을 개방하고 내부로 몸을 날렸다.

노 경사는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는 순간 뜨거웠던 내부 열기와 방에서 탈진한 채 희미하게 눈을 뜨고 있던 이 씨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덕 진례파출소장은 "이 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평생 자식도 없이 외롭게 살았다"며 "긴급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면사무소에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관심 있게 지켜봐 준 이웃과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처한 경찰 덕에 열사병 증세에서 벗어나 차츰 건강을 회복 중이다.

병원에서 만난 이 씨는 기자를 향해 눈물을 글썽이며 두 손을 모은 채 대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가설건축물' 컨테이너…거주용 현황 파악도 안 돼

이 씨처럼 가까운 이웃이 주의 깊게 살펴준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컨테이너에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 등이 대부분 무관심 속에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컨테이너 거주자가 얼마나 되는지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컨테이너는 법상 가설건축물로 분류돼 있다.

가설건축물은 허가가 아닌 신고사항이어서 지자체에서는 일제 신고를 받지 않는 이상 정확한 현황 파악은 어렵다.

게다가 컨테이너가 놓인 곳이 대지, 농지, 임야 등 토지용도에 따라 법 적용도 다르다.

놓인 위치에 따라 관리와 단속 부서도 제각각이다.

김해시 건축과 한기송 건축관리팀장은 "컨테이너는 사용 목적에 따라 용도가 다양하다"며 "현재 관리 인력으론 지역 내 산재한 컨테이너 전수 조사는 솔직히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컨테이너 설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는 전무하다.

그나마 불법 건축물로 신고된 곳도 적지 않지만, 단속도 쉽지 않았다.

컨테이너 거주자 대부분이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아 해당 건축물을 당장 철거하거나 단속하면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 속 아무런 안전장치나 조치 없이 방치된 컨테이너 거주자들에 대한 지자체들의 관심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choi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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